“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셨다.”(마르 6,7)
2월 6일 목요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제1독서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 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입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12,18-19.21-24
형제 여러분,
18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만져 볼 수 있고
불이 타오르고 짙은 어둠과 폭풍이 일며
19 또 나팔이 울리고 말소리가 들리는 곳이 아닙니다.
그 말소리를 들은 이들은
더 이상 자기들에게 말씀이 내리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21 그 광경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모세는 “나는 두렵다.” 하며 몸을 떨었습니다.
22 그러나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23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또 모든 사람의 심판자 하느님께서 계시고,
완전하게 된 의인들의 영이 있고,
24 새 계약의 중개자 예수님께서 계시며, 그분께서 뿌리신 피,
곧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한 것을 말하는 그분의 피가 있는 곳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 그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7-13
그때에 예수님께서 7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8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9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10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11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12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13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작은형제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의 말씀나눔
가난한 순례자로서 걸어가자 ♣
오늘의 제1독서는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만져 볼 수 있고 불타오르고 짙은 어둠과 폭풍이 일며 나팔이 울리고 말소리가 들리는 곳이 아니라 시온 산이고 살아계신 하느님의 도성입니다.”(히브 12,18-22)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저자는 시나이 계약 때의 장면과 종말에 나타날 시온 산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옛 이스라엘 백성보다 더 큰 소명과 은총을 받았음을 알린다. 우리가 받은 이 소명은 하느님의 자비와 선, 해방과 자유, 곧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어떤 태도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해야 하는지 가르치신다. 왜 예수님께서는 열 두 제자들을 부르셨는가? 그 으뜸 목적은 ‘당신과 함께 있기 위해서’였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과 함께 있도록 불림 받았다. 우리가 어떤 목적에서든 무엇을 하는 것 이전에 그분과 함께 있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일차적인 존재이유이다. 왜냐하면 내 안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고 예수님과 함께 있지 않은 채 하느님 나라는 선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과 하나 되어 있느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어떤 상황에서든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불안해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보다 내 뜻을 앞세우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복음화에 앞서 자신이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부르시어 복음을 선포하고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3,14-15)과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셨다(6,7). 제자들은 회개를 선포하고 마귀를 쫓아내며, 병을 고쳐주었다(6,12-13). 말하자면 제자들의 소명은 하느님 안에서 자유와 해방을 살아가도록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고 선포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도 각자의 처지에서 삶의 증거와 말씀의 선포를 통하여 기쁜소식을 선포하고 고백하도록 불렸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철저한 가난을 요구하신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6,8-9)고 하신다.
지팡이는 야수와 강도들의 습격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신발은 팔레스티나에 돌이 많고, 사막이나 광야를 횡단할 때 뜨거운 지열(地熱)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모나 아마포로 된 속옷을 두 벌 껴입는 것은 부유한 이들이 하는 것이었기에 금하셨다. 이처럼 가난이야말로 복음선포의 신빙성을 보장해주는 살아있는 표지이다.
따라서 파견된 이들은 현세적인 것들에 의지하지 말고, 인정받기를 바라거나 성과에 연연하지 말아야 하며 거절당하더라도 거기에 매이지 말아야 한다(6,11). 또한 가난한 자로서 내 소리가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회개하라고 선포하며’(6,12) 감화를 주는 것, 그리고 따뜻한 말을 통하여 생기를 주는 자체가 생생한 복음선포이다.
우리는 예루살렘을 향한 복음화의 일꾼이요 천상 본향을 향한 지상의 순례자로서 회개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가난한 자로서 삶과 말씀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를 증거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이 세상을 향한 예언자적인 소명을 깊이 깨달아 우리를 부르시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예루살렘을 향한 복음화의 순례길을 떠나기로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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