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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 상지종 신부님 ~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당신을 알아갑니다>

 

 

 

내 안에 당신이 있습니다

내 밖에 당신이 있습니다

 

내 밖의 당신은

내 안의 당신을

고스란히 품고 있되

늘 한없이 너머 있습니다

 

내 안의 당신은

내 밖의 당신을

늘 아주 조금밖에는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당신이

미처 담아내지 못한

내 밖의 당신은

마치 당신이 아닌 듯

내게 낯설게 다가옵니다

 

모르는 내 밖의 당신은

당신이 아니요

아는 내 안의 당신만이

오로지 당신이라며

당신 담은 나를 닫으면

 

내 밖의 당신을

오롯이 담아야만

비로소 있을 수 있는

내 안의 당신마저

더 이상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있습니다

내가 없어도

당신이 있습니다

내 밖에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이 있습니다

내 밖에 당신이 있습니다

내가 있으니

내 안에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이 있습니다

내 안에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이 있는 내 안에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밖의 당신을 모십니다

 

나는 당신을

늘 그렇게 조금씩

몰랐었지만 알아갑니다

 

나는 당신이 아니기에

당신을 송두리째 알 수 없지만

나는 당신이 아님에도

당신을 늘 그렇게 알아갑니다

 

마침내 내가 당신이 되면

참으로 당신을 알 수 있으리니

열린 마음으로 느린 걸음으로나마

당신을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