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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연중 제 6주간 목요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2월 20일 연중 제6주간 목요일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 하나가 생각납니다. 큰형님께서 일본으로 회사 출장을 갔다가 선물을 사 가지고 오셨습니다. 샤프펜슬이었습니다. 너무나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거의 모두 연필을 사용할 때였고, 여유 있는 집의 아이들만 샤프펜슬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샤프펜슬을 쓰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그러나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하루 만에 샤프펜슬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분명히 필통 안에 넣었는데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아침에 내 샤프펜슬이 너무 좋다면서 빌려서 써 본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의심이 가득 생겼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그 친구만 보게 되었고, 이 친구의 모든 말과 행동이 다 의심스러운 것입니다. 훔쳐서 저런 말을 하는 것 같았고, 의심받지 않기 위해 저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의심은 점점 커졌고, 그 친구에 대한 미움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니 뭐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틀 후, 문제의 샤프펜슬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상 서랍 깊숙이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찾고 나서도 친구의 말과 행동이 의심스러웠을까요?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말과 행동일 뿐이었습니다.

 

의심, 부정적인 생각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게 합니다. 주님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과연 제대로 알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제대로 알고, 참 진리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물음에 정답을 말한 사람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말한 베드로였습니다. 이 정답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까지 이야기하시지요. 그러자 베드로가 반박합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 그런 수난과 죽음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지요. 이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느님의 일을 부정하고 사람의 일로만 생각하면 사탄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부정하게 되면 믿음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의심하고 부정하는 믿음 없는 곳에서 과연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사람의 일로만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믿지 못합니다.

 

사탄의 길이 아닌 주님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바로 주님의 길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아프리카 속담).

 

사진설명: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