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3일 연중 제7주일
하와이 군도 북쪽에 있는 ‘키우아이’라는 섬이 있습니다. 지금은 1959년 미국의 오십 번째 주로 편입되면서 살기 좋은 곳이 되었지만, 그전에는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주민 상당수가 범죄, 알코올 중독, 정신 장애 등으로 고통받는 곳이었습니다. 교육 수준도 낮고 청소년 비행 문제도 아주 심각했습니다.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종단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들 중 빈곤 정도, 가정 파탄 수준, 부모 정신 장애 등 세 가지 조건이 심각한 201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모두가 잘못된 길로 빠졌을까요?
실제로 범죄, 정신 장애, 미혼모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약 28%에 해당했고, 나머지 72%는 큰 문제 없이 성장했고 그중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것은 무엇일까요?
성장 과정에서 자기를 이해하고 인정해 준 인물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바른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한 명이 부모이기도 했고, 친척 혹은 주변 인물 중의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즉,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이 점점 타락하고 악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의 역할을 내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선’이 가득한 세상을 위해 ‘나’를 보내셨는데,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이를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나로부터 잘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강조하신 사랑의 계명이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미 왔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우리의 사랑 실천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은 나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남’에게 맞춰 있습니다. 나에게 잘하고 친절한 사람을 위한 사랑이 아닌, 원수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과 같이 우리도 자비로워야 했습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심판하지 말아야 심판받지 않을 것이고, 단죄하지 말아야 단죄받지 않을 것이며, 용서해야 우리도 하느님께 용서받게 됩니다. 모두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이 잘못되었다고, 환경이 어렵다고, 힘이 든다고…. 등의 이유를 들어서 사랑을 실천하는 역할을 거부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하느님 자녀가 되는 길에서 멀어집니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루카 6,38) 이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욕심의 반대는 욕심이 없음이 아닌, 잠시 내게 머무름에 대한 만족입니다(달라이 라마).
사진설명: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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