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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사순 제 4주일 / 한창현 신부님 ~

사순 제4주일. 한창현 모세 신부님.

 

 

 

오늘 복음에서 큰아들은 작은아들이 환대받고 있다는 소리에 너무 화가 나서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큰아들을 찾아와서 타일렀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아버지에게 큰아들은 그동안 속으로만 간직해 왔던 섭섭함을 꺼내 놓습니다.

사실 큰아들은 “종처럼”(루카 15,29) 아버지가 시키는 것을 열심히 해 왔습니다.

때로는 자신도 친구들과 즐기고 싶었고, 아버지께서 염소 한 마리 정도는 내주시면 좋겠다고 기대하였습니다.

 

큰아들의 처지에서 보면 아버지는 큰아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큰아들이 섭섭함을 꺼내 놓은 상황에서 아버지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였을까요?

요즘 시대의 상담가들이라면, 마음을 몰라주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하고, 억울한 마음을 달래 주라고 조언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사과 대신에 큰아들에게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15,31)라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큰아들의 ‘종처럼’이라는 표현에 가장 마음이 쓰였을 것입니다.

그가 모든 것이 큰아들의 것이라고 한 말은 “너는 결코 종이 아니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속으로 큰아들처럼 우리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만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아서 하느님께 섭섭할 때가 있기도 하고,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사과하시거나 달래 주시지 않습니다.

어렵겠지만 한 가지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