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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 토요일 / 호명환 가를로 신부님 ~

 성토요일. 호명환 가롤로 신부님.

CAC 매일묵상

마음이 부드러워지게 하기 위해 기도합시다!

 

하느님의 숨

 

 

CAC(Center for Action and Contemplation) 리처드 로어의 매일 묵상 - 2025년 4월 18일 성금요일(선한 금요일: Good Friday) (호명환 번역) 열여섯 번째 주간: 사랑 가득한 항복

 

우리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희망 안에서 살아가면서 예수님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리처드 로어의 매일 묵상

매일 묵상은 그리스도교 관상 전통에 뿌리를 두고 리처드 로어와 CAC 운영진, 그리고 객원 교수들의 묵상 글을 제공해 주어 우리의 영적 수양을 심화시켜 주고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동정(compassion)을 구현하도록 도와줍니다.

리처드 로어 신부는 사랑 가득한 항복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지에 대해 숙고해 보라고 우리를 초대해 줍니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그 밖의 어떤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8-39).

선한 금요일(Good Friday)에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을 슬퍼하긴 하지만, 우리 운명에 있어 죽음이 마지막 언도를 내릴 권한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희망 안에서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생명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든 영원히 지속된다는 갈망과 바람, 그리고 깊은 희망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이는 우리 안에 이미 영원한 무언가로부터 오는 예감과도 같은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영혼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우리 안에 내재하는 하느님 현존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을 갈망하고 찾게 하는 존재는 바로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죽을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내면의 보증과 같은 것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사랑의 형태를 띱니다. 마음과 정신 깊은 곳에 있는 인간적인 사랑과 하느님의 사랑은 영원하며 거저 주어지는 무언가를 내포하는데, 이는 우리 내면에 참으로 신비롭고 강렬하게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위기의 때에는 물론이고 일상 안에서도 단순한 사랑의 행위 안에서 이것을 알아차립니다. 자그만 사랑의 행위나 감사의 행위가 우리 영혼 안에 더 깊은 앎을 각인시켜 준다는 것이 놀랍지 않습니까? [1]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에게 뻗쳐오는 하느님 사랑의 가장 뛰어난 본보기입니다. 인간 역사 안에서의 최악의 순간과 최선의 순간은 동시에 존재합니다. 존 둔스 스코투스가 이끄는 프란치스칸 학파는 십자가가 "필연적인 희생"이 아니라, 하느님쪽에서 전적인 사랑의 계시를 당신의 완전한 자유로 선택하신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프란치스칸들은 우리가 저 멀리 계시면서 우리에게 요구만 하시는 그런 하느님께 다다르기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왜곡된 세상의 모든 종교의 고정관념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우리 프란치스칸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몸소 피를 흘리신다고 믿었습니다! 이것은 의식의 대변혁입니다. 그러니까 십자가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거래가 아니라 하느님의 흘러넘치는 사랑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우리의 마음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어 우리로 하여금 우리를 전적으로 신뢰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창조주께로 방향을 돌리게 하도록 의도된 것입니다. [2]

저는 십자가가 우리 시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를 위한 하나의 이미지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향해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모습을 응시하라는 초대를 받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고통의 신비를 부여잡고 거기에 시선을 고정하여 그 고통에서 무언가를 배우게끔 해주면서, 소위 "애도 작업"(grief work: 상실된 대상에게 투여되었던 감정(욕구)을 거두어들임으로써 자아가 다시 자유로워지고 원래의 에너지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하게끔 인도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십자가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시면서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기이하고도 새로운 동정심과 이해심에 마음의 눈을 뜨게끔 해주십니다. [3]

우리 공동체 이야기

거의 십년 전에 사랑하는 어머니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병고를 치를 때와 어머니가 돌아가가셨을 때 저는 너무 슬펐지만, 그 슬픔을 겪으면서 저는 눈물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던 간호사 중 한 사람이 제 눈물을 보고 "사랑의 눈물"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그저 흐르게 하면서 제가 경험할 수 있었던 온전한 자기-내려놓음의 순간은 순수하고 완전한 사랑의 순간이었던 겁니다.

—Kay L.

References

[1] Adapted from Richard Rohr, Adam’s Return: The Five Promises of Male Initiation (Crossroad, 2004), 163–164, 165.

[2] Adapted from Richard Rohr, The Universal Christ: How a Forgotten Reality Can Change Everything We See, Hope for, and Believe (Convergent, 2019, 2021), 143–144.

[3] Adapted from Richard Rohr, Things Hidden: Scripture as Spirituality, rev. ed. (Franciscan Media, 2008, 2022), 209.

Image credit and inspiration: Unknown, Neom (detail), 2023, photo, Saudi Arabia, Unsplash. Click here to enlarge image. 동굴을 탐험하는 이 사람처럼, 사랑으로 인해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는 것은 때때로 알지 못하는 어둠 속으로 용감하게 걸어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