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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부활 팔부 축제 금요일 / 정인준 신부님 ~

 
4월 25일 (백)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제1독서
<예수님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4,1-12
그 무렵 불구자가 치유받은 뒤, 1 베드로와 요한이 백성에게 말하고 있을 때에
사제들과 성전 경비대장과 사두가이들이 다가왔다.
2 그들은 사도들이 백성을 가르치면서
예수님을 내세워 죽은 이들의 부활을 선포하는 것을 불쾌히 여기고 있었다.
3 그리하여 그들은 사도들을 붙잡아 이튿날까지 감옥에 가두어 두었다.
이미 저녁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4 그런데 사도들의 말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가 믿게 되어,
장정만도 그 수가 오천 명가량이나 되었다.
5 이튿날 유다 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였다.
6 그 자리에는 한나스 대사제와 카야파와 요한과 알렉산드로스와
그 밖의 대사제 가문 사람들도 모두 있었다.
7 그들은 사도들을 가운데에 세워 놓고,
“당신들은 무슨 힘으로, 누구의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하였소?” 하고 물었다.
8 그때에 베드로가 성령으로 가득 차 그들에게 말하였다.
“백성의 지도자들과 원로 여러분,
9 우리가 병든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한 사실과
이 사람이 어떻게 구원받았는가 하는 문제로
오늘 신문을 받는 것이라면,
10 여러분 모두와 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곧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바로 그분의 이름으로,
이 사람이 여러분 앞에 온전한 몸으로 서게 되었습니다.
11 이 예수님께서는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12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주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1-14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다시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는데, 이렇게 드러내셨다.
2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그리고 그분의 다른 두 제자가 함께 있었다.
3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말하자,
그들이 “우리도 함께 가겠소.” 하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4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하였다.
5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시자,
그들이 대답하였다. “못 잡았습니다.”
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7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8 다른 제자들은 그 작은 배로 고기가 든 그물을 끌고 왔다.
그들은 뭍에서 백 미터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9 그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다.
10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11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배에 올라 그물을 뭍으로 끌어 올렸다.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
1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누구십니까?” 하고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다.
그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3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다.
14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정인준 파트리치오 신부의 강론말씀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예수님의 제자 사랑은 지극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부활 하신 후 무덤 앞에서 마리아 막달레나와
여인들에게 나타나셔서 자기 형제들인 제자들에게 갈릴리에 가서 만나시겠다는 뜻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약속대로 갈릴리에 가십니다. 그곳은 주님께서 호숫가에서 제자들을 모으시던
장소이기도 하고 제자들과 지내시던 그야말로 정들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무덤에 가서 부활의 장소를 확인했건만 그들에게는 아직도 부활의 의미가
살아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님이 안계시는 예루살렘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자 갈릴리로
돌아 옵니다. 그들에게는 부활보다는 스승을 잃은 그 자리가 더 허전했던 것입니다.

특히 사도 베드로와 몇 몇 제자들은 더 이상 할 일도 희망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에 그들이 했던 대로 고기를 잡기 시작합니다.

스승을 잃은 그들의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옛날 주님을 만나기 전의
일로 돌아간 것입니다.

왜 우리가 살면서 ‘허 하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있듯, 함께 있을 때는 모르다가도
내 곁에서 떠났거나 아니면 자리를 비울 때 우리는 웬지 휑한 느낌을 받으며 서성이는
자신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이런 데에서 ‘이별’이라는 말도 생기고 떠난 자리에서 슬픔에 잠긴 우리 삶의 모습이
얼핏 비치기도 하나 봅니다.

‘존재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이 있다는
뜻도 되겠지요?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어도 어딘지 모르게 비어 있는, 그래서 외로움이
남이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물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내가 존재하는 데에도 그런 그림자처럼 메꿀 수 없는
허허로움과 외로움이 있는 것은 웬 일일까요?

문득 류시화의 대표적인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니다’라는 詩가
떠오릅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제자들은 사랑하고 존경하던 스승이 없는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고기를 잡습니다.

그들에게는 흥이나 주님과 함께 있었을 때의 기쁨이나 감격도 없었습니다.

그들이 옛날처럼 고기잡이를 하기 위해 호숫가에서 배를 타고 나갑니다.

그런데 그 날따라 밤새도록 애썼지만 물고기도 잡히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빈손으로 돌아오는데 호숫가에서 누군가가 외치십니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요한 21,5)

그들은 묻는 사람이 누구인줄도 모르는채 지치고 허탈한 마음으로 ‘못 잡았습니다.’라고
대답만 합니다.

주님이 없는 세상은 모두가 빈손입니다. 그분을 만난다는 것은 엄청 쉬운 데도
우리는 그분을 만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분은 호숫가에서 제자들을 기다리시듯 먼저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세상 사람들을 만나려면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기가 정말 힘들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에 허한 제자들을 찾아 고향의 호숫가까지 찾아 가십니다.
그들은 아직까지 그분이 주님이신지를 모릅니다. 그래도 주님께서는 그곳에 서 계십니다.

주님을 만나는 것은 제자들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기쁨입니다.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이미 우리 곁에
와 기다리십니다.

그분은 늘 그렇게 우리 곁에 계십니다. 주님을 만나면 세상의 시간은 빨리 지나갑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진정한 사랑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만나면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어집니다.
그분의 사랑에 함께 하면 참된 행복이 있고 기쁨이 있습니다.

주님에게서 나오는 그 기쁨과 평화는 샘물처럼 마르지가 않고 계속 나옵니다.
세상 사람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허허로움도 그분은 골고루 채워주십니다.
그래도 세상사람들은 세상일로, 세상의 기쁨으로 채우고 또 채우려 합니다.
밤새도록 헛 그물질을 하는 제자들처럼...!

그분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버림을 받으셨지만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삶의 모퉁이 돌이 되셨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사람들을 향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며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11절)

오늘 하루도 주님 부활의 기쁨을 나누시며 멋지고 기쁜 시간 만드세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정인준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