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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부활 제 3주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5월 4일 부활 제3주일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에서)

 

아는 지인 한 명이 생각납니다. 이분께서 있는 곳은 늘 분위기가 좋았고 사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심어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밝게 또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분이었기에, 항상 좋은 일만 있고 아무런 문제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분 안에 꾹꾹 눌러둔 슬픔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분을 떠올리며 앞선 글처럼 모두에게 슬픔 한 자락은 꼭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밝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슬픔이 ‘1’도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슬픔의 시간도 분명히 있고, 또 불쑥 찾아오는 슬픔도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 모두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지전능하신 주님과 함께해야 했습니다. 주님만을 우리를 진정으로 위로해 주시고 우리를 달래주십니다. 진짜 기쁨과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십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상의 위로만을 찾고 있습니다. 불완전한 세상이기에 이 세상 안에서는 완벽한 위로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주님의 위로는 완벽합니다. 우리에게 딱 맞는 따스한 온기를 나눠주시는 분이십니다. 이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기도해야 하고, 그래서 주님을 알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에게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리의 슬픔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 제자들은 커다란 슬픔과 상실감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베드로가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라고 말했던 것처럼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을 잃은 슬픔과 상실을 세상에서 메우려고 했던 것이지요. 결과는 허탕이었습니다. 그날 밤에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아침이 되어 예수님께서 물가에서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낯선 사람(아직 주님임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의 주님의 이 말씀을 제자들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랐을 때, 비로소 그들은 주님을 알아봅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아무런 책망도 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들을 위해 아침 식사로 물고기와 빵을 준비해 놓으십니다.

 

복음의 이 장면을 보면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묵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늘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세상을 이길 힘을 주신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위로와 힘을 계속해서 세상 안에서만 찾으려 합니다. 주님이 아닌 세상 안에서는 어떤 위로와 힘도 받지 못합니다.

 

 

오늘의 명언: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조지 맥도널드).

 

사진설명: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