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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연중 제 3주간 토요일 / 조재형 신부님 ~



제1독서
<교회는 굳건히 세워지고, 성령의 격려를 받아 그 수가 늘어났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9,31-42
그 무렵 31 교회는 유다와 갈릴래아와 사마리아 온 지방에서
평화를 누리며 굳건히 세워지고,
주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면서 성령의 격려를 받아 그 수가 늘어났다.
32 베드로는 모든 지방을 두루 다니다가
리따에 사는 성도들에게도 내려가게 되었다.
33 거기에서 베드로는 애네아스라는 사람을 보았는데,
그는 중풍에 걸려 팔 년 전부터 침상에 누워 있었다.
34 베드로가 그에게 말하였다.
“애네아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고쳐 주십니다.
일어나 침상을 정돈하십시오.” 그러자 곧 애네아스가 일어났다.
35 리따와 사론의 모든 주민이 그를 보고 주님께 돌아섰다.
36 야포에 타비타라는 여제자가 있었다.
이 이름은 그리스 말로 번역하면 도르카스라고 한다.
그는 선행과 자선을 많이 한 사람이었는데,
37 그 무렵에 병이 들어 죽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시신을 씻어 옥상 방에 눕혀 놓았다.
38 리따는 야포에서 가까운 곳이므로,
제자들은 베드로가 리따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사람 둘을 보내어,
“지체하지 말고 저희에게 건너와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39 그래서 베드로가 일어나 그들과 함께 갔다.
베드로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그를 옥상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러자 과부들이 모두 베드로에게 다가가 울면서,
도르카스가 자기들과 함께 있을 때에 지어 준 속옷과 겉옷을 보여 주었다.
40 베드로는 그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 다음
시신 쪽으로 돌아서서, “타비타, 일어나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 여자가 눈을 떴다. 그리고 베드로를 보고 일어나 앉았다.
41 베드로는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운 다음,
성도들과 과부들을 불러 다시 살아난 도르카스를 보여 주었다.
42 이 일이 온 야포에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주님을 믿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60ㄴ-69
그때에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60 말하였다.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
61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의 말씀을 두고 투덜거리는 것을 속으로 아시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 말이 너희 귀에 거슬리느냐?
62 사람의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63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64 그러나 너희 가운데에는 믿지 않는 자들이 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믿지 않는 자들이 누구이며
또 당신을 팔아넘길 자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것이다.
65 이어서 또 말씀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고 너희에게 말한 것이다.”
66 이 일이 일어난 뒤로, 제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
67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다.
68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69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찬미예수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성유 축성 미사에 다녀왔습니다작년에는 공지가 되지 않아 교우들이 참석하지 못했지만올해는 주보에 미리 공지가 되었고많은 교우가 함께해 주셨습니다병자 성유예비자 성유축성 성유를 축성하며교구장 주교님은 사제단과 신학생교우들과 성가대에 따뜻한 감사 인사를 전하였습니다


성가대의 찬양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그냥 음악이 아니라그 속에 머무름의 헌신과 기름 부음의 울림이 느껴졌습니다저는 그 자리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들교회를 지키는 사람들은 단지 기능적인 역할이 아니라하느님의 향기를 품은 사람들이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의 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사람들이 예수님 겉에 모인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물을 포도주로 만들고병자들을 고쳐주고배고픈 사람들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도록 표징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서 새로운 권위를 보았기 때문입니다사람들은 예수님에게서 희망을 보았습니다건강과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희망입니다로마의 식민 통치를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희생과 봉사 그리고 겸손과 나눔을 이야기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사람들 손에 넘겨져 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예수님의 말씀에 실망한 사람들은 예수님의 곁을 떠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대답하였습니다. “주님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던 베드로는비록 주님을 배반하고 무서워 떨었지만다시금 주님의 사랑을 받았던 베드로 사도는 오늘 제1독서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치유하고죽은 사람까지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는 그 모든 영광을 예수님께 돌립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 무너졌던 그가이제는 생명을 일으키는 사도가 되어 있습니다그 변화의 비밀은 하나입니다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그리고 그 만남을 떠나지 않은 선택입니다프랑스 철학자 기욤 마르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머무름이란 도피하지 않는 선택이며관계를 끝까지 감당하겠다는 인간의 존엄한 태도다.” 떠날 수 있지만 떠나지 않는 것그 안에는 사랑이 있고신념이 있고사명이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쉽게 관계를 끊고장소를 바꾸고마음을 닫습니다하지만 부활의 신앙은끝까지 머무는 신앙입니다기적을 일으키는 힘도바로 그 머무름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베드로는 실패한 제자였지만떠나지 않았습니다죄를 지었지만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기름 부음을 받아다른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그리스 철학자들은 탁월함이란 외부 환경이 아니라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 안에서 태어난다라고 말했습니다성유 축성 미사에서 그 진리를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성유는 단순한 기름이 아니라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부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교회에서 조용히 봉사하는 분들병자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민자의 삶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는 교우들이 있습니다이 모든 이들이 기름 부음을 받은 주님의 제자들입니다.
 
몸은 교계제도에 있지만 마음은 세상의 것들을 따르려 한다면 이미 주님을 떠나서 살아가는 것입니다어두운 곳에서 양분을 찾는 뿌리의 삶을 외면하고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꽃의 삶을 추구한다면 역시 주님을 떠나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어디에 머물겠느냐?” 신앙은 선택의 문제입니다눈앞에 기적이 없어도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부활의 주님께 머무는 사람들떠나지 않는 증인들입니다성유의 향기처럼우리의 삶에도 주님의 사랑이 오래도록 스며들기를그리고 베드로처럼 살리는 말일으키는 손머무는 마음으로 세상을 복음화하는 부활의 증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지금 당장 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다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주님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