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일.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오롯이 서로 사랑하게나>
당신께서 사랑하시던 제자 유다가
배신의 제 갈 길을 떠난 후에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이 시작됩니다.
배신과 부인
저주와 욕설 그리고 채찍질이 난무하는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치욕이
온 몸과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
십자가를 향한 처참한 길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습니다.”
십자가에서 벌거벗긴 채 들어 올려지고
마침내 다시 살아 하느님과 하나 될
당신의 영광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십자가의 치욕이 부활의 영광으로
시나브로 거룩하게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
벗을 살리기 위해 당신의 목숨을 봉헌하는
십자가의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미 당신의 영광은 시작되었다고
사랑하는 외아들의 처참한 죽음의 길을
그저 바라보시는 듯한 성부께서는
외아들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무능한 아버지로서
수치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생명, 평화, 정의 넘치는 세상을 위해
죽임의 세상을 살림의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외아들의 참혹한 죽음마저 허락하시는
참으로 전능하신 아버지 하느님으로서
드디어 영광스럽게 되셨다고
십자가의 길에 첫걸음을 내딛으시는
예수님께서는 담대하게 선언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셨으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입니다.”
사랑으로 살리라는 하느님의 뜻을
끝내 이루기 위해서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으며
당신을 못 박을 십자가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드러낸 사람의 아들이
살리기 위하여 죽는 사랑의 길을
머뭇거리지 않고 멈추지 않고
마침내 맞닥뜨릴 마지막 순간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몸소 함께하심으로써
마침내 영광스럽게 하시리라
믿고 희망하시는 예수님께서는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시며
당신께서 떠나신 후에
당신의 빈자리를 여전히 지켜야할
사랑하시던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벗들이여,
내가 그대들과 함께 있는 것도 잠시뿐입니다.
내가 그대들에게 새 계명을 줍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 것처럼 그대들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그대들이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대들이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제 목숨 살리려 벗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의
치욕스럽고 추악한 삶의 모습이
부와 명예로 가득한 영광으로 덧칠해진 시대
쓰러진 벗들을 보듬어 함께 살려는
오직 예수님처럼 사랑함으로써
사랑이신 예수님을 지금여기에 드러내며
예수님의 제자임을 당당하게 밝히려는
빛의 자녀들이 모욕을 받고 짓밟히는 시대
인간이 빚어낸 영광과 치욕 사이에서
갈등하는 선의의 사람들에게
끝까지 당신의 벗이고 싶은 우리에게
십자가의 길을 나서시는 예수님께서
가슴 미어지는 애틋한 마음으로
간절함 머금은 메인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벗이여, 두려워하지 말게나.
사랑하는 벗이여, 물러서지 말게나.
내가 그대들을 사랑한 것처럼
그대들도 서로 사랑하게나.
단지 사랑함으로써만
오직 사랑함으로써만
그대들은 나의 벗이 되리니
사랑을 폄훼하고
사랑을 왜곡하고
사랑을 방해하는
사악의 무리에 당당하게 맞서
그대들을 향한
나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서로 사랑하고
오롯이 사랑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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