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간 월요일. 김동희 모세 신부님.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약속하시는 대목입니다.
그 약속에 앞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요한 14,23-24).
사랑이 열쇠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사랑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죽 끓듯 제멋대로인 자신의 변덕스러운 마음 때문이든, 상대가 지닌 조건과 태도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든 한결같이 사랑하기란 불가능한 일인 듯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보호자’요 ‘협조자’인 성령을 약속해 주십니다.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14,26).
성령께서 나의 눈과 귀를 열어 주시어 주님 사랑의 말씀과 손길을 알게 하십니다.
그로 말미암아 파도처럼 내 생애를 넘나들던 온갖 사랑의 기억들이 조용히 솟아 나와, 마음 깊은 곳에서 그리움과 감사, 찬미의 강물로 흐를 때면 사랑의 짐은 나날이 가벼워집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랑의 고수들이 참 많습니다.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즐겨 말씀하시는 ‘옆집의 성인들’입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6-9항 참조).
사랑받은 사람이 참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가진 것이 있어야 내줄 수 있습니다.
사랑의 계명에 앞서 먼저 사랑받으시기를, 성령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부활 시기는 성령 강림 없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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