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간 목요일. 김동희 모세 신부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 하고 말씀하십니다. 곧 ‘나에게 사랑받아라, 내 사랑을 받아들여라, 나에게서 사랑을 배우라.’라는 말씀으로, 나뭇가지가 나무에서 빨아 올려야 할 수액이 바로 사랑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으로 우리는 주님 안에 머무른다는 말의 뜻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 머물고, 누군가를 받아들이며, 나아가 배움으로써 자신의 깊이와 넓이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는 뛰쳐나가고 싶어 합니다. 제 능력과 자기의 옳음을 어서 빨리 세상에 입증해 보이고 싶은 것이지요. 신학교에서, 그리고 여러 차례의 피정에서 제가 받은 최고의 유혹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묵상하며 무엇인가 조금 배우고 알게 되면 곧바로 그것을 가르치거나 강론으로 전하려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저는 쉼 없이 설레하며 우쭐거렸습니다. 피정에서 큰 체험이나 깨달음이 있으면 그 뒤의 피정 시간을 망치기 일쑤였습니다.
당장 뛰쳐나가 저에게 주어진 깨달음과 은총이 얼마나 큰지, 그와 더불어 그런 은총을 받은 저의 대단함을 은근히 떠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기도하고 묵상하며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기가 쉬운가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주님 사랑 안에 충분히 머무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님 사랑의 겉절이가 아니라 김장김치가 되어야 합니다. 산뜻하고 풋풋한 겉절이도 좋지만 김장김치의 깊은 맛은 따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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