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승천 대축일 / 상지종 신부님 ~

주님 승천 대축일.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몸소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당신의 모든 것 하나 남김없이 쏟으신

아니 당신을 송두리째 내던지시어

창조의 첫날처럼 새롭게 하신

이 땅을 떠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가난하고 척박한 땅 갈릴래아에서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시며

어딘가 또 다른 고통의 땅 갈릴래아에서

당신을 만나리라는 희망을 주시고

우리를 떠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당신의 빈자리를

우리로 하여금 가득 채우시고

미련 없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걱정 없는 환한 웃음 지으시며

우리를 떠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당신의 빈자리를 채운 우리

혹여 두려워 하릴없이 움츠릴세라

혹여 잘난 맛에 부풀어 제 길 갈세라

다독이시며 끌어주시는 성령을 보내주시며

우리를 떠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때론 우리조차 믿을 수 없는

우리를 끝까지 믿으시기에

때론 우리조차 희망할 수 없는

우리를 끝까지 희망하시기에

때론 우리조차 사랑할 수 없는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기에

당신의 귀한 자리에 우리를 앉히시고

이제 또 하나의 당신이 되라시며

우리를 떠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이 땅의 모든 피조물들을 살리는

복음의 기쁨을 널리 전하고

탐욕과 경쟁과 폭력을 조장하는

악의 무리를 쫓아내어

더불어 함께 사는 새 세상을 열라시며

우리를 떠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에

두려움 없이 주저함 없이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의 믿음으로 당신의 믿음을

우리의 희망으로 당신의 희망을

우리의 사랑으로 당신의 사랑을

우리 스스로 당신을 드러내라시며

우리를 떠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태초에 하나였던 하늘과 땅을

우상 숭배에 젖은 불의한 사람들이

애써 처참하게 갈라놓은 하늘과 땅을

다시 하나로 곱게 아우르시려고

이 땅을 떠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십니다

 

오르심으로써 더 깊이 내려오시고자

떨어지심으로써 더 가까이 다가오시고자

희미해지심으로써 더 뚜렷이 보여주시고자

땅을 하늘로 들어 높이시고자

우리를 영원히 품으시고자

우리를 그리고 이 땅을 떠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