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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 가를로 르왕가 동료 순교자 기념일 / 조재형 신부님 ~



제1독서
<나는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를 다 마칩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20,17-27
그 무렵 17 바오로는 밀레토스에서 에페소로 사람을 보내어
그 교회의 원로들을 불러오게 하였다.
18 그들이 자기에게 오자 바오로가 말하였다.
“여러분은 내가 아시아에 발을 들여놓은 첫날부터 여러분과 함께
그 모든 시간을 어떻게 지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19 나는 유다인들의 음모로 여러 시련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아주 겸손히 주님을 섬겼습니다.
20 그리고 유익한 것이면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회중 앞에서
또 개인 집에서 여러분에게 알려 주고 가르쳤습니다.
21 나는 유다인들과 그리스인들에게,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오고
우리 주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증언하였습니다.
22 그런데 이제 나는 성령께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나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나는 모릅니다.
23 다만 투옥과 환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성령께서 내가 가는 고을에서마다 일러 주셨습니다.
24 그러나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25 이제, 내가 두루 돌아다니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한 여러분 가운데에서
아무도 다시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압니다.
26 그래서 여러분 가운데 그 누구의 멸망에 대해서도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엄숙히 선언합니다.
27 내가 하느님의 모든 뜻을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여러분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아버지,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7,1-11ㄴ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1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2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3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4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5 아버지, 세상이 생기기 전에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이제 다시 아버지 앞에서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6 아버지께서 세상에서 뽑으시어 저에게 주신 이 사람들에게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켰습니다.
7 이제 이들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모든 것이
아버지에게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8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을 제가 이들에게 주고,
이들은 또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제가 아버지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참으로 알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9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10 저의 것은 다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의 것은 제 것입니다.
이 사람들을 통하여 제가 영광스럽게 되었습니다.
11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찬미예수님


며칠 전시애틀에서 온 젊은이를 만났습니다저와 같은 토끼띠라고 했습니다따져보니 저하고 24살 차이가 났습니다참 멋진 청년이었습니다한국에서 군 복무도 마쳤고미국에서도 5년간 군에서 복무했다고 합니다병원 근무를 하다가 전역 후에도 계속 병원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외모도 훤칠하고건강해 보였고안정된 직장까지 구했다고 하니 참 부러운 청년이었습니다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니마음속에 상처가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말을 했는데그 일로 동료들과 마찰이 생겼고자신을 따돌리는 분위기를 느꼈다고 했습니다본인은 옳은 건 옳다틀린 건 틀린다.’라고 말했을 뿐인데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그래서 시애틀을 떠나 달라스로 왔다고 합니다여기서도 직장을 얻었고본당 청년과 인연이 되어 저를 찾아왔습니다저는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마음이라는 그릇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이 되고보석을 담으면 보석상자가 됩니다혹시 마음에 쓰레기가 있다면 이제는 그걸 버리고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보석을 하나하나 담아 보세요.” 청년도 고개를 끄덕이며자신에게 주어진 은총에 감사한다고 했습니다저는 그 청년이 앞으로 늘 기뻐하고항상 기도하며언제나 감사드리는 삶을 살기를 기도했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마음에 보석을 채울까요이웃에게 덕을 베풀고옳고 그름을 분별하고부모와 어른을 공경하고세상의 이치를 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보고책을 가까이해야 합니다행동으로 실천해야 합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에도 아주 쉽게 잡초와 같은 것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습니다교회는 그것을 일곱 가지 죄의 뿌리라고 하였습니다


교만인색질투분노음욕탐욕나태입니다원하지 않는데도 들어와서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합니다오랫동안 사제 생활을 했어도수도자로 살았어도 죄의 뿌리는 어김없이 다가와 자리를 잡습니다존경받는 사람들도많이 가진 사람들에게도 죄의 뿌리는 다가와 자리를 잡습니다죄의 뿌리를 뽑아내고 보석을 채우는 방법은 겸손과 비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죽지 않고 계속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영원한 생명이란 부와 명예와 권력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아닙니다영원한 생명이란 자연을 파괴하고 우리만의 왕국을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하느님을 알고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하느님을 알고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삶에서 드러내야 합니다교회는 그것을 정결청빈순명의 복음삼덕이라고 합니다믿음희망사랑의 향주삼덕이라고 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영원한 생명을 알았습니다하느님을 알고주 예수 그리스도를 알았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우리는 모두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되었습니다우리들의 신앙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충실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또한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이들은 19세기 말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믿음과 진리를 따랐다는 이유로 참혹한 박해 속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들입니다어린 시절부터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자란 젊은이들이하느님 앞에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위협 앞에서도 신앙을 선택했습니다그들의 마음은 보석상자처럼 빛났고지금도 교회의 큰 자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품는 가치만큼의 사람이다.” 내가 욕심을 품고 있으면욕심이 내 인격이 됩니다반대로 내가 진리신뢰감사정의를 품고 있다면나라는 사람도 그런 사람으로 드러납니다이번에 만난 젊은이도바오로 사도도그리고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도 결국 자기 마음 안에 진리와 믿음이라는 보석을 담았던 사람들입니다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마음에 담고 있습니까불평과 원망입니까아니면 감사와 기쁨입니까사람을 미워하고 따돌리는 마음입니까아니면 사람을 품고위로하고함께 가려는 마음입니까마음이란 매일 조금씩 채워가는 그릇입니다오늘 하루우리 마음에 하느님 은총의 보석 하나씩 채워가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이렇게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제 마음이 당신의 영광을 담는 보석상자가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