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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령 강림 대축일 / 이수철 신부님 ~

성령 강림 대축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령을 받아라

“성령의 사람으로 삽시다”

 

 

 

“주님, 당신 숨을 보내시어,

온 누리의 얼굴을 새롭게 하소서.”(시편104,30)

 

 

 

생각해 보니 날마다 기상하자마자 집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만세칠창하기 3년째입니다. 2023년8월15일 성모승천대축일이자 광복절부터 시작된 만세칠창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제가 살아 있는 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하느님 만세!”

“예수님 만세!”

“성령님 만세!”

“대한민국, 한반도 만세!”

“가톨릭교회 만세!”

“성모님 만세!”

“성 요셉수도원 만세!”

 

 

 

무엇보다 오늘 성령강림 대축일 “성령님 만세!”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올해의 부활시기는 오늘로서 끝나는데 그동안 부활시기동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이어 5월 성모성월에는 레오 새교황을 선물로 주셨고, 성령강림대축일에 앞서 6월 예수성심성월 6월3일에는 대한민국의 새대통령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엊그제 제70주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가 4절까지 부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대목은 늘 들어도 감사와 감동에 젖게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로운 섭리가, 하느님이신 성령님의 보호가 삼천리 금수강산 한반도를 보호해 주시리라 믿으며 날마다 바치는 만세칠창 기도입니다.

 

 

 

하느님께 하나의 선물을 청하라면 여러분은 무엇을 청하겠습니까? 솔로몬은 지혜를 청했는데 저는 두말할 것 없이 성령을 청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중 최고의 선물이 성령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바로 사랑의 선물이 성령입니다. 교리서의 가르침이 좋아 나눕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은 이러한 이런 성령의 능력을 통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우리를 참포도나무에 접목시켜 주신 그분께서는 우리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5,22-23)와 같은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해 주실 것이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으니 우리가 자신을 버리면 버릴수록 우리는 더욱 성령의 지도를 따라 살아가게 된다.”<교리서736>

 

 

 

이어지는 대 바실리오 성인의 성령론에 나오는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성령을 통해 우리는 낙원을 되찾고, 하늘 나라에 오를 수 있으며, 다시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여집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신뢰심이 생겨, 그리스도의 은총에 참여할 수 있으며, 빛의 자녀라고 불리고, 영원한 영광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가 말하는 인간 마음의 ‘무지’의 고질적 질병이나 죽음에 이르는 ‘허무와 절망, 무의미’의 영적 질병에 대한 유일한 처방의 명약도 사랑의 성령, 희망의 성령뿐임을 깨닫습니다. 팔불출에 속한다는 자랑이라지만 성령의 하느님 자랑은 끝없이 하고 싶어집니다. 내려놓으면 얻게 되는 네가지 역시 성령의 선물입니다.

 

 

 

“완벽을 내려 놓으면 ‘여유’가 생기고, 기대를 내려 놓으면 ‘고마움’이 생기고, 질투를 내려 놓으면 ‘나다움’이 생기고, 집착을 내려 놓으면 ‘선택지가’생깁니다.”

 

 

 

옛 현자 다산 정약용의 다음 깨달음의 지혜도 성령의 은총이겠습니다.

 

 

 

“고수가 내놓은 신의 한 수는 번뜩이는 영감이 아니라, 끈질기게 되돌아보는 인간의 복기에서 나왔다.”

“자연스러운 길을 놔두고서 굳이 가시밭길을 헤치는 고생을 노력으로 착각하지 마라.”

“가을이 깊으면 열매가 떨어지고, 물이 흐르면 도랑이 만들어 진다. 쉬운 길을 두고 굳이 거친 들판이나 우거진 덤불 속을 헤칠 필요는 없다.”

 

 

 

어제 고백성사후 보속은 오늘 부속가 성령송가 10절까지 묵상이었습니다. 참 좋은 내용이라 무엇하나 생략할 수 없지만 성령을 자랑하고 싶어 아쉽지만 앞의 닷섯만 나눕니다.

 

 

 

“오소서 성령님, 주님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리소서.

가난한 이 아버지, 오소서 은총 주님, 오소서 마음의 빛.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저희 생기 돋우소서.

일할 때에 휴식을 무더위에 시원함을 슬플 때에 위로를.

영원하신 행복의 빛, 저희 마음 깊은 곳을 가득하게 채우소서.”

 

 

 

이런 성령님을 닮아 성령의 사람으로 살면 얼마나 멋지겠는지요! 새삼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성령충만의 성령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이겠습니다. 성령님의 그 많은 선물중 우선 셋만 나눕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통해 성령의 한결같은 특징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함을 깨닫습니다.

 

 

 

첫째, 일치의 선물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성령강림 장면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창세기 인간들의 교만으로 바벨탑 쌓기가 좌절되어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이 오늘 성령강림의 은총으로 다양성의 일치를 선물받습니다. 놀랍게도 갈릴래아 출신 제자들이 하는 말들을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들으므로 진정한 내적 일치에 이르니 순전히 성령의 은총입니다.

 

이건 제가 산티아고 순례에서 직접 체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순수한 마음과 사랑은 만민의 보편언어로 서로 불편없이 통하게 하니 이 또한 성령의 은총입니다. 공동체의 일치에 성령의 은총이 결정적임을 바오로 사도가 웅변합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인 것처럼,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하십니다.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성령의 은총이 참 통쾌하고 한없이 감사합니다. 각자 받은 성령의 선물인 은사는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의 일치를 위한 것이요, 추호의 자기자랑의 여지를 없애며 우리 모두 참 겸손에 이르게 합니다. 몰라서 자기자랑이지 성령의 은총 선물임을 깨달아 갈수록 참 겸손에 침묵하게 됩니다.

 

 

 

둘째, 평화의 선물입니다.

 

두려움과 불안, 불화와 불목의 벽을 활짝 여는 성령의 참 좋은 선물이 평화요 더불어 기쁨입니다. 우리 파스카 예수님은 문입니다. 예수님이 임재하실 때 마다 온갖 벽은 문이 되어버립니다. 오늘 복음을 보셔요.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는데 예수님이 임재하시어 그들 한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를 선물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제자들의 두려움과 불안의 벽 역시 활짝 열려 평화의 문이 되었고, ‘기쁨의 꽃’으로 활짝 피어난 제자들입니다. 평화와 더불어 기쁨이 바로 성령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인류의 공동 염원이 평화입니다. 갖가지 전쟁이 만연한시대에 우리가 이웃에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도 주님의 평화뿐이겠습니다. 그러니 우리 존재자체가 성령의 선물, 주님의 평화가 되어 평화의 사도로 사는 것입니다.

 

 

 

셋째, 용서의 선물입니다.

 

신적 사랑이 용서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민의 아가페 사랑의 표현이 용서입니다. 누구나 깊이 들여다 보면 사랑에 굶주린 사랑 결핍의 영혼들입니다. 저절로 사랑밖엔 답이, 길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런 용서의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성령입니다. 다시 복음의 파스카의 예수님께서는 평화의 선물과 더불어 성령과 용서를 선물하시니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용서의 의무가 주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해야 합니다. 성령의 선물이 이를 가능하게 하십니다.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절정이 성령의 선물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세상의 한 복판에 성령의 사도, 일치의 사도, 평화의 사도, 용서의 사도로 파견하십니다.

 

 

 

“오소서, 성령님,

믿는 이들의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