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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연중 제 11주간 월요일 / 반영억 신부님 ~

6월 16일 연중 제11주간 월요일(마태5,38-42)


복음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38-4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8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39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40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41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42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의견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좋아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박할 생각을 하며 심지어는 골탕을 먹일 때도 있습니다.


남에게는 ‘넉넉한 마음으로 품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은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냉정’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네가 그런 식으로 하면 내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협박하기도 합니다. '끼리끼리'도 있고 소위 '줄서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고 하십니다.


천 걸음을 걷기도 힘든데 이천 걸음을 걸어야 하고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말라.’고 하시니 그저 당하고 있으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정말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싫습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서 하라고 하시니 이유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당하고 있으라는 말씀이 아니라 악을 선으로 갚으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 악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주님께서 가르치는 정의는 다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친히 갖은 조롱과 모욕을 받고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셨으니 오늘도 여전히 그 방법이 유효합니다.


우리를 위하여 철저히 허약함을 선택하신 예수님이십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잘되지 않으나 우리의 주님께서 삶의 모범으로 가르침을 주셨으니 우리도 그분처럼 살아내야 합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만납니다. 십자고상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자신이 입은 상처는 상처로 되갚을 때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인내로운 사랑으로 흡수될 때 그 악은 힘을 잃게 됩니다. 우리는 악이 스스로 설 자리를 잃을 때까지 더 큰 사랑으로 채워야 합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모 기업회장이 폭행을 당한 아들의 분노를 폭력으로 되갚으려 했다가 더 큰 원한을 키웠고, 그로 말미암아 물적인 손해뿐 아니라 동안에 쌓아놓은 명예는 물론 물질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자식의 고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야 위로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폭력으로는 결코 악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교훈을 얻게 해 주었습니다. 그 아들이 또 마약에 손을 대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식사랑도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사랑은 상처만 낳게 됩니다.


혹시라도 누군가와 맞서려거든 사랑으로 맞서십시오. 예수님의 마음으로,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방법, 사랑으로 대결하십시오. 사랑은 악을 이겨내는 능력입니다. 불의를 크게 앙갚음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겁이 나서, 마음이 약해서 피한다면, 심지어는 상대방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 되기 싫어서 맞서지 않는 것은 악을 이기는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는 한 차원 높아져야 합니다. 적극적인 사랑의 행동을 통해서 악을 이겨야 합니다. 우리의 주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이들을 위해 아버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23,34).


우리도 그 마음을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로마12,21). 우리의 마음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넓혀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마음을 다하여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반영억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