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라노의 프란치스코 전기 (제 1 생 애 (VITA PRIMA) 1부 1장)
제 1 생 애 (VITA PRIMA)
머 리 말
주의 이름으로. 아멘.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생애에 관한
머리말이 시작된다.
1.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의 행적과 생활을 경건한 마음으로,
그리고 언제나 진실을 안내자와 봉사자로 삼아 순서정연하게 기술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러나 프란치스꼬께서 행하시고 가르치신 모든 것을 온전히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처지이므로, 비록 내가 말이 짧은 사람이긴 하지만, 위대하신 그레고리오 교황1) 성하의 분부를
받자와, 적어도 내가 성인의 입에서 들은 것이나 혹은 충실하고 믿을 만한 증인들에게서 들은 것들을
나의 최선을 다해서 정리하려 하였다. 그러나 바라는 바는 사물에 대해서 알쏭달쏭하게 말하는 것을
늘 피하셨고, 또 미사여구(美辭麗句)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으셨던 분의
제자다운 제자가 되는 일이다!
2. 나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에 관해 수집할 수 있었던 것들을 3부(部)로 나누었고, 각 부(部)를
여러 장(章)으로 정돈함으로써, 이 일들이 일어났던 여러 경우의 순서가 뒤바뀌거나 그 일들의 사실성에
대해 의문이 야기될 여지를 없애도록 하였다. 제1부는 역사적 순서를 따랐으며, 주로 그분의 행적과 생활,
거룩한 품행 및 구원에 유익한 가르침에 할애하였다.
그리고 역시 제1부에는2) 그분이 아직 육신으로 계실 때, 우리 주 하느님께서 그분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신 많은 기적들 가운데서 몇몇을 적어 넣었다.
제 2부는3) 그분 생애의 마지막 2년 동안 복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일을 서술한다. 제3부는4)
지극히 영화로운 성인께서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더불어 굽어보시면서 이 지상에 행하신 기적들
가운데서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만, 생략한 것들이 더 많다.
또한 복되신 그레고리오 교황께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모든 추기경들과 함께 그분을 성인의 반열에5)
오르게 하셨을 때, 그분에게 바친 진심어린 공경과 영예와 찬사와 칭송도 기록하고 있다.
당신 성인들 안에서 언제나 영광과 사랑을 보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할 지어다.
제 1 부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찬미와 영광을. 아멘.
지극히 복되신 우리의 사부 프란치스꼬의
생애가 시작된다.
제 1 장
프란치스꼬가 회개하기 전에 해온 세속생활
1. 스뽈레또 계곡6) 기슭에 위치한 아씨시 고을에는 일찍부터 세상의 허영심에 따라 오만무례(傲慢無禮)
하게 자란 프란치스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7) 부모의 천박한 생활과 행실을 오랫동안 모방하여
그의 허영심과 교만함은 한층 심했다.8)
이 매우 나쁜 습관은 이름만 그리스도인으로 간주되는 이들 가운데 어디에서나 자라고 있었으며,
이 사악한 가르침은 흡사 무슨 법이기라도 한 듯 너무도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규제력을 갖게 되어
사람들은 자기 아이들을 요람에서부터 그야말로 멋대로 방종하게 교육하려고 했다. 겨우 태어나서 이제
막 말을 배우거나 더듬거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은 못되고 끔찍한 일들을 손짓이나 말로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유기(離乳期)가 되면 나쁜 욕망과 방종에 가득찬 일들을 말하고 행하게끔 강요당했다.
그들 또래의 나이면 으레 있는 두려움에 눌려 그들 중 아무도 정직하게 행동하려 들지 않았으니,
그렇게 하면 심한 훈육을 면치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세속 시인이 잘 말했다 :
“우리는 우리 부모의 행실 가운데서 자라났기에, 어린 시절부터 온갖 나쁜 짓들을 찾게 된다.”9) 이 말은 옳다.
즉, 자녀들이란 나쁜 욕망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부모의 나쁜 욕망은 자녀들에게 더욱 해로운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나이가 조금만 더 들면, 이제는 자기 자신의 충동에 이끌려 못된 일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썩은 뿌리에서는 썩은 나무가 자라는 법이며,10) 일단 형편없이 타락한 것은 곧은 행실의 길로 인도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사춘기에11) 접어들면 어떻겠는가? 그때에 가면 채우고 싶은 모든 욕망을 족히
채울 수 있는 시기라, 그야말로 가지가지의 방탕에 빠져들어 온갖 시도 끝에 수치스런 일의 종이 되어 버린다.
일단 자의(自意)에 의한 굴종으로 죄의 노예가 되어 버리면 자신들의 육신 모두를 악의 도구가 되도록 내맡겨
버리며, 생활에서나 행동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보여 주어야 할 것은 하나도 보여 주지 못하고,
다만 그리스도교라는 이름만으로 자신들을 보호한다. 이 가련한 사람들은 순결하면 할수록 보다 못나보일까봐
자기들이 실제로 행한 것보다도 더 나쁜 짓을 행한 체하기도 했다.
2. 이러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성인으로 추앙하는 분께서(그분은 참으로 성인이시다)
어린 시절을 지내신 비참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거의 25세에 이를 무렵까지12) 자신의 시간을 비참하게
허송세월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그는 허영에서 동시대인(同時代人)들을 앞질렀고 악을 조장하고 모방하는13)
자였으며, 바보같은 짓이면 더욱 열을 올리는 형편이었다.14) 그는 모든 이의 감탄의 대상이었고, 허식과 농담과
이상야릇한 행동과 부질없는 한담(閑談)과 노래, 그리고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옷차림14)
등에서 타(他)의 추종을 불허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그는 매우 부유했지만 탐욕적이었다기 보다는 탕아적이었으며, 돈의 축적자가 아니라 재산 낭비가였고,
조심스런 기업가라기 보다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청지기였다. 반면에 매우 인간적이었고, 매우 쉽게 대할 수
있었으며, 상냥했지만 불행히도 이 때문에 자기 자신이 바보가 되게 하는 경우조차도 있었다. 이런 성품 때문에
악을 지지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많은 자들이 그를 추종했다.
이렇게 하여 거만하고 도도한 많은 악의 무리들에 휩쓸려 바빌론의 거리를 싸다니니,15)
마침내 주님께서 하늘에서 굽어보시고,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당신 진노를 프란치스꼬에게서
멀리 거두시며, 당신에의 찬미를 위하여 프란치스꼬가 완전히 멸하지 않도록 그에게 굴레를 씌우셨다.16)
이렇게 해서 주님의 손이 그에게 내리시어 지존하신 분의 오른손이 하나의 변화를 엮어냈으니, 그를 통하여
죄인들에게 은총으로 회복되리라는 약속을 하사(下賜)하시기 위함이었고,
그가 하느님께 대한 모든 회개의 모범이 되게 하시기 위함이었다.17)
사랑과 평화의샘 http://cafe.daum.net/lcg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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