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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화, 미술

겟세마니 기도/ 엘 코레티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의

겟세마니의 기도 (The Agony in the Garden, 1608) 

엘 그레코는 격정적이고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성경 이야기를 참신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쓴 작가입니다. <겟

세마니의 기도>에도 역시 그의 신앙심이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하늘에 드리워진 어두운 구름과 그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달, 그리고 너무

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인체 묘사와 인공조명을 이용한 것 같은 빛 처리 등에서 종교적인 감성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고뇌하는 예수님과, 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잔을 들고 있는 천사의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초록빛을 띠는 이 작품은, 마치 인공조명을 비추고 있는 무대의 한 장면처럼 보입니다.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이 빛은 하느님께서 내리신

것입니다. 이러한 신성과는 다소 무관하게 작품 전경에는 피로에 지친 세 명의 제자가 잠자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오른편 멀리에

예수님의 수난을 예고하는 군사들의 무리가 보입니다.

작가는 작품에 신비로운 감정과 열정을 담아내기 위해서 형태를 왜곡시키고 뒤틀리게 표현했습니다. 또 초월성을 나타내기 위해 섬광을

내뿜는 것 같은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을 하루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겟세마

니 동산에 올라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며 그 뜻에 순명하려는 격렬한 영적 고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곧 겪게 될 제자의 반역과 부

인, 그리고 고난과 정죄와 핍박과 죽음을 당하는 데 필요한 하느님의 도움과 힘을 구하고 계십니다. 마침내 예수님께서는 생명을 잃을지라

도 천사가 건네주는 잔을 마시기로 결심하십니다. 비록 인류의 구원을 위한 성스러운 죽음일지라도, 희생의 잔을 받아 마시기까지 죽음 앞

에서 겪어야 했던 예수님의 두려움과 고통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결정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하고 말씀하셨

다. 그런 다음 앞으로 조금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

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그러고 나서 제자들

에게 돌아와 보시니 그들은 자고 있었다.(마태 26,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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