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성화, 미술

" 금발의 천사 "

함축된 말씀이 담긴 이콘은 작은 성경이라고도 한다.
읽는 것이 아니라 바라봄으로써 말씀을 듣고 그분의 시선에 마음을 열게 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바라보는 것. 시간이 날 때 마다 바라 보는 것.
그러다 한번씩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콘이 전하는 말씀을 듣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이 침묵할 때만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면을 통해서 조금씩, 천천히 이콘의 말씀에 귀 기울여 그 안에 신비롭게 내재한 하느님의 자리를 느껴 보도록 하자.

   
▲금발의 천사, 12세기, 페테스부르크 러시아 박물관 소장


유난히 빛나는 붉은 루비가 박힌 머리띠를 한 천사!
페테스부르크 러시아 박물관에 소장된 12세기에 그려진 이콘이다.
이콘에서는 대부분 천사들이 띠의 형태를 머리에 두르고 있는데, 여인들이 한 경우도 드물게 있다. 머릿결 자체는 갈색 톤이나 가닥 마다 금선이 있기에 ‘금발의 천사’라고 불리운다.

이 천사 이콘은 커다란 눈과 야무지게 닫힌 입을 통해서 조급함과 '빨리'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들을 기다림으로 초대한다.

수백년이 흘러도 바라봄이 피곤하지 않는 이콘의 색감은 또 하나의 기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콘이 그분의 말씀을 닮았나 보다.

임종숙 ( 루시아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