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화에 담긴 영성
<마리아의 탄생>은 독일 화가인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프가 1525년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마리아의 탄생 이야기는 성경에는 나오지 않고 외경인 성 야고보 복음과 황금전설에 등장합니다.
이 그림은 교회를 배경으로 한 마리아의 탄생 장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실적인 풍경묘사와 환상적인 표현이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작가는 마리아의 탄생공간으로 가난한 자의 집이 아닌 웅장한 고딕 건축을 택했는데, 그 내부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작가가 마리아의 탄생공간으로 교회건축을 선택한 것은, 교회의 신성한 공간을 성모의 품과 동일시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성모가 곧 교회의 어머니라고 여기는 가톨릭의 신학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작품 아래쪽에서 아이를 안고 성당 의자에 앉아 있는 붉은 옷의 여인이 바로 성모의 어머니 안나입니다.
그리고 그녀 오른편에서 역시 붉은 옷을 입고 다가오는 이가 아버지 요아킴입니다.
물론 안나의 품에 안겨있는 아기는 성모 마리아입니다.
이들 위로 성당의 세 기둥 사이를 돌며 날고 있는 천사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들은 춤을 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 누구도 같은 표정과 몸짓으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천사는 입을 약간 벌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노래를 부르는 듯합니다.
그 왼편의 천사는 장난을 치듯이 손을 서로 엇갈리게 해서 양옆의 천사들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천사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리아의 탄생을 축복하며 기뻐하는 즐거운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이 그림은 이처럼 사실 세계와 상상 속의 세계가 한 화면에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공간 구성에서도 작가는 작품 하단과 상단의 두 시점에서 공간을 보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하단에 그려진 요아킴의 하반신이 화면에서 잘리게 되었고, 상단에서 원형으로 날고 있는 천사들을 통해 성당 깊숙한 곳까지
시선이 닿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작가는 천상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를 조화롭게 표현하였습니다.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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