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에 담긴 영성]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Giovanni Battista Tiepolo, 1696-1770)의성모 마리아의 교육 (The Education of the Virgin, 1732)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담당)
티에폴로가 그린 <성모 마리아의 교육>은 그가 고향 베네치아에 처음으로 남긴 제단화였습니다.
가장 밝게 빛나며 우아하게 조각된 발판 위에 흰 옷을 입고 서 계신 어린 성모님은 원죄 없으신 잉태로 태어나셨음을
보여주십니다. 작품 속의 성모님은 발판 위에 서심으로써 자연스럽게 옆에 앉은 어머니 성 안나보다 높이 위치하게 되어
그 위엄이 더욱 잘 나타납니다. 성모님은 천사들의 구름이 떠받치는 책을 읽고, 어머니는 어린 딸이 손가락으로 짚는 책의
내용을 보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놓인 산타 마리아 델라 꼰솔라찌오네 성당에는 성 안나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고 전해지는데,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서는 성 안나의 모습에도 빛을 비추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왼쪽에 선 아버
지 성 요아킴은 천상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고 기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는 세 명의 천사가 하늘을 날며 성모 마리아 가족을 내려다봅니다. 이들은 옆으로 뻗은 팔과 날개로 지그재그
형태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성모님 아래쪽에는 세 명의 작은 천사가 모여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구성이 바로
이 두 그룹의 천사들이 만들어내는 대각선입니다. 천상의 큰 천사들과 지상의 작은 천사들이 만들어내는 대각선은 작품
전체에 역동적인 느낌을 더할 뿐만 아니라, 천국으로 향하는 길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유일하게 승천하실 성모
마리아의 미래를 예고하는 듯합니다.
성경에도 등장하지 않는 <성모 마리아의 교육> 이야기에서 우리가 묵상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과 성모님 간에 계속 이어지
는 성스러운 대화입니다. 성모님은 탄생부터 성장, 그리고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으실 때까지 매순간 하느님의 뜻
에 따라 사셨습니다. 그 뜻이 한낱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을지라도 두려움보다는 믿음으로 순종하셨습니다. 작품에
서도 성모님은 천상과 지상에서 모두 천사의 호위를 받고 계십니다. 즉, 성모님의 교육이 인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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