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에 담긴 영성]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의
죽은 그리스도 (The Dead Christ, 1490)
Tempera on canvas, 68 X 81 cm, Pinacoteca di Brera, Milan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담당)
이 작품은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이렇게 슬프게 표현한 작가가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테냐의 가장 이색적인 그림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단축법을 구사하는 그의 뛰어난 솜씨를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 만테냐는 죽어서 시퍼렇게 변색된 예수님 시신의 발치에 앉아서 약간 위를 올려다보는 시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이 같은 시점에서 그린 경우는 그때까지 없었습니다. 만테냐는 고통 끝에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을 과감한 단축법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몸이 아주 짧아 보입니다.
이러한 낯선 비례는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보다 큰 충격을 전해줍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예수님의 몸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 생긴 처참한 상처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양 손과 양 발, 그리고 옆구리의 창 자국까지… 예수님의 살갗은 날카로운 금속에 뚫리고 찢겨, 수난 당시의 고통
을 그대로 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이 아직 남아있기라도 한 듯이 예수님의 양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있
습니다. 예수님의 왼편에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두 여인이 보입니다.
그 중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여인이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슬픔으로 일그러진 마리아의 얼굴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다른 한 여인 역시 두 손을 모은 채 슬퍼하고 있습니다.
만테냐가 임종을 맞이했을 때 그의 방에 이 그림이 걸려있었다고 합니다.
화가 자신이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참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의 잘못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그 슬픔과 죽음의 어둠 뒤로 새로운 희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절망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으며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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