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 가르침
(12)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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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사도직 권리·소명 강조
「사도직 활동」(Apostolicam actuositatem)이라는 제목으로 1965년 11월 18일 공포된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이하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언급한 최초의 문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교령의 주춧돌은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제2차 회기이던 1964년에 반포된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에 마련되어 있었다.
평신도 교령은 서론에서 『날로 증가하는 인구, 과학 기술의 진보, 더욱 긴밀해지는 인간 관계 등은 평신도 사도직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켰다.
그 영역의 대부분은 평신도들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평신도들의 깊은 관심과 연구가 요구되는 새로운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밝히는 등 평신도 사도직에 큰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공의회 전체가 평신도를 위해 있었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인식을 낳기에 이른다.
교령은 또 이전까지만 해도 성직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지며 「듣고 따르는 교회」로 수동성이 부각되어온 평신도상을 극복하고 평신도의 특수사명이 지닌 의미를 밝힘으로써 평신도 사도직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본질적으로 사도직을 위한 소명이다』(2항) 『평신도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자신의 결합에서 사도직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받는다』(3항)는 교령의 선언은 평신도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커다란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신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평신도들의 사도적 투신이 전 교회의 생명력과 영적 성장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평신도 사도직의 지평을 새롭게 한 평신도 교령은 이후 「평신도 그리스도인」 「가정공동체」 「여성의 존엄」 「가정교서」 등 평신도와 관련해 발표된 다양한 교회 가르침의 근간이 된다.
평신도 교령은 일관되게 교회 사명의 한 부분인 현세질서의 그리스도화에 있어서는 평신도가 앞장서야 함을 강조한다. 나아가 사목자가 주는 것만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권리를 알고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주체적인 모습의 평신도상을 제시하고 있다.
평신도 교령은 제1장 2항에서 『교회의 설립 목적은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나라를 온 세상으로 넓히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시키며, 그들을 통하여 온 세상이 실제로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한 신비체의 모든 활동을 사도직이라 한다. 교회는 모든 지체를 통하여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 사도직을 실천한다』며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본질적으로 사도직을 위한 소명』임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교회 안에는 다양한 봉사 직무가 있지만, 그 사명은 하나이다. …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효과적으로 참여하여 하느님 백성 전체의 사명에서 맡은 자기 역할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수행한다. 평신도들은 복음화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도록 노력하여 실제로 사도직을 수행한다』라고 평신도 사도직을 정의하고 『평신도들은 그 활동으로 현세 질서 안에서 그리스도를 분명하게 증언하며 인간 구원에 봉사한다. 세상 한가운데에서 세속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신도의 신분이므로 바로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불타올라 마치 누룩처럼 세상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름 받았다』며 평신도의 존재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런 내용을 담아 40년 전 발표된 평신도 교령이 지금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문헌이 전하고자 했던 정신과 삶이 여전히 우리 교회에 일반적이지 못하다는 역설일 수 있다. 따라서 『교회의 사명에서 평신도의 고유한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평신도 사도직은 바로 그리스도인의 소명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결코 교회 안에 없을 수 없다』(서론)는 교령의 지적은 우리 시대 평신도들의 사도적 투신을 요청하는 주님의 목소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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