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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우리 신앙인의 본질 / 유영일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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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신앙의 본질 /유영일 신부 ◐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말이 있습니다. 또 '한사람을 죽이면 살인이요, 많은 사람을 죽이면 영웅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그것이 돈이 되었든 명예가 되었든 권력이 되었든 현세에서는 가진 자들이 모든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을 빗대어서 한 말일 것입니다. 그래서 징기스칸이나 나폴레옹은 영웅이 되고 전두환씨는 형식적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서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살면서도 재산이 29만원뿐이어서 몇 천억이나 되는 추징금을 갚을 수 없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입니다. 서민이 그 정도의 살인을 하고 돈을 횡령했다면 아마 사형이나 무기징역이었겠지요. WTO체제 하에서 세계가 완전한 약육강식의 전쟁터가 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IMF 이후 우리나라에도 중산층이 없어지고 20:80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70~80 년대에는 서민의 자녀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진 자들의 자녀라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강남의 8학군에 들어가려고 기를 쓴다지요?가난이나 부도 대물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만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는 비참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죄악의 유혹이 없을 수 없지만 남을 죄짓게 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하다.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그 목에 연자맷돌을 달고 바다에 던져져 죽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자신으로 인해서 남을 죄짓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렇게 심하게 말씀하신 것이지요. 그러면 여기서 남을 죄짓게 하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물론 가지지 못한 자들도 죄는 짓겠지만 파급효과는 미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가진 자들이 대부분 이 사회의 지도자층을 형성하고 있기에 그들이 짓는 죄는 파급효과도 클뿐더러 온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기도 합니다. 공적 자금이 대부분 그런 데 쓰여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음의 바로 앞부분에서 예수님께서는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를 통해 "얘야, 너는 살아있을 동안에 온갖 복을 다 누렸지만 라자로는 불행이란 불행을 다 겪지 않았느냐? 그래서 그는 지금 여기에서 위안을 받고 너는 거기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라자로의 편을 들어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예수님께서는 "네 형제가 잘못을 저지르거든 꾸짖고 뉘우치거든 용서해 주어라. 그가 너에게 하루 일곱 번이나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그때마다 너에게 와서 잘못했다고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느 누구나 하느님 앞에서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는 죄인들이며 선과 악의 경계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인간의 나약함을 알고 계시기에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통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하고 기도하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원죄에서 이야기하듯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죄들도 있지만 죄의 1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남의 잘못을 책망하고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잘못은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관계란 것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예수님처럼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는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해 줄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신앙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에 불과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셨기에 당신의 외아들을 통하여 구원해주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면서 그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신명기 7장 6절 이하의 말씀을 들으면서 너희 대신에 자기 자신을 대입시켜 보십시오. "야훼께서 너희를 택하신 것은 너희가 어느 민족들보다 수효가 많아서 거기에 마음이 끌리셨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너희는 어느 민족들보다도 작은 민족이다. 다만 너희를 사랑하시고 너희 선조들에게 맹세하신 그 맹세를 지키시려고 야훼께서는 당신의 강한 손으로 너희를 이끌어내신 것이다." 과연 나는 이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물질적으로 가난하다 하더라도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