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것보다 나은 새 것이 나오면...
-김두진 신부-
새로운 것이 나오면 옛 것은 종종 사라지곤 합니다. 불과 7, 8년 전만 해도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이라면 삐삐라고 하는 호출기가 있었습니다. 호출기를 옆구리에 차고 다니면서 연락을 주고받아야 문화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즈음은 호출기를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당합니다. 그리고 호출기의 자리를 대신해서 이제는 핸드폰이라는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면서 목에 걸고 다니거나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필요할 때 전화를 하고 받지 않으면 사람 취급도 못 받습니다.
항상 옛 것보다 나은 새 것이 나오면 옛 것은 그 의미를 잃게 되는데 예수님께서 주신 새 계명도 그러합니다. "사람을 죽이면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단순한 법조문이 이제는 형제를 사랑해야 하는 새 계명으로 대체되어, 형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예수님께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 우리를 사랑하시면서 완성한 사랑의 법, 사랑의 계명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삶임을 알려 줍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이러한 새 계명, 사랑의 계명은 분명합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말씀처럼, 사람의 목숨을 해하면 재판을 받아야 하는 단순한 계명이 아니라 이제는 주님께서 하신 사랑을 본받아 사랑해야 하는 적극적인 계명입니다. 나아가 예수님의 사랑 법은 자신을 십자가형에 처하고 자신을 채찍직한 사람을 용서하고 용서를 청하는 기도를 하는 용서의 법이며 화해의 법입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다가가 용서를 빌고 상처를 싸매 주어야 하고 상처를 받았다면 용서 청하는 상대방을 용서해 주어야 하는 화해의 법입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로서 모든 영광을 누리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되셔서 자신의 몸과 피를 제물로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우리를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 들어 높인 이유이며 예수님의 사랑 법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 법을 새로운 계명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그리스도인이 이루어 나가야 할 계명이며 삶의 모습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새로운 사랑의 계명을 받고 형제를 만나는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드러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몸과 피를 바쳐 하느님과 우리를 화해시켰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바쳐 이웃 형제와 화해하고 화해시키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미사 때 모시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해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그리스도의 용서와 화해를 전하는 사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그러할 때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이 우리 안에서 빛을 발하고 그 빛을 통해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가게 될 것이며, 우리 또한 예수님을 닮아가는 은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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