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2014, 9, 21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루카 9,23-26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가)
그때에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순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주님의 길을 함께 걷는 사랑하는 송산성당의 믿음의 벗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화요일 이곳 송산성당 제4대 주임신부로 파견 받은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입니다. 지난 며칠 평일 미사 때에 이미 인사를 나눈 분들도 계시지만, 부임 후 맞는 첫 주일이기에 이 미사를 통해 더 많은 믿음의 벗님들과 처음으로 뵙게 됩니다. 여러분과 함께 이곳에서 기쁨과 열정 가득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많은 분들과 첫 만남이니 제 소개를 잠깐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잠깐 여러분의 기억력을 시험해 볼까요? 제 이름이 뭐라고 했죠? 이름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성이 무엇인지 기억나십니까? 장? 송? 성? 예, ‘상’입니다. 혹시 ‘상’씨 들어 보셨습니까? 가족이나 주위 분들 가운데 ‘상’씨가 있으십니까? 아마 많은 분들은 처음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저희 ‘상’가는 우리나라에 2,500명 정도 있습니다. 그중에 신부는 저 혼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상 신부’가 바로 저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상 신부와 같은 본당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여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제 자랑이 심했죠? 첫 만남이니 애교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제서품을 받은 지 만 15년이 지났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서울 왕십리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했고, 대학교와 사회생활 5년 마치고 뒤늦게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서품 받고 첫 두 해를 서울 미아동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했고, 미국에서 1년, 이탈리아에서 3년 공부하고, 7년 전에 귀국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의정부교구가 신설되어서, 40년 삶의 터전이었던 서울을 떠나 과감히 월북을 결행했습니다. 아마 그 때 의정부교구로 월북하지 않았다면 오늘 여러분을 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귀국한 후에 7년 동안 교구 성소국에서 신학생 양성을 담당하다가, 13년 만에 풍운의 꿈을 이곳에 왔습니다.
본당 사목 경험이 달랑 2년밖에 되지 않아서 이래저래 조금은 낯설고 어리숙한 부분이 많겠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를 이곳에 파견하신 하느님께서 언제나 저와 함께 하실 것이고,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주교님과 교구청 신부님들 그리고 교구청 형제자매님들께서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인 바로 여러분께서 저의 든든한 동반자요 후원자가 되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이신 여러분, 저의 동반자와 후원자가 되어 주실 거죠? 저는 여러분을 믿고 아무런 걱정 없이 흔들림 없이 주저함 없이 앞장서 가면 되는 거죠? 고맙습니다.
제 소개가 너무 장황하게 흘렀네요.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입니다. 이 귀한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신앙과 실천을 굳게 다지면서, ‘순교와 배교’라는 제목의 묵상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쓴 것이고요.
- 순교와 배교 -
하느님과 함께 하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는 것이 순교입니다.
제 목숨 살리기 위해서
하느님을 버리는 것이 배교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을
하느님으로 모시는 것이 순교입니다.
하느님이 아닌 다른 것을
하느님으로 받드는 것이 배교입니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따르며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이 순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 제 배 채우는 것이 배교입니다.
하느님 닮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것이 순교입니다.
자신의 몫을 늘리기 위해
하느님 닮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배교입니다.
겸손한 마음과 청빈한 삶으로
하느님께서 빚은 피조세상과 벗하여
더불어 사는 것이 순교입니다.
한없는 탐욕을 채우려
하느님 담고 있는 피조세상을
처절히 짓밟는 것이 배교입니다.
순교와 배교
핏빛 처참한 과거도 아니고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도 아니며
지금여기에서 끊임없이 내려야할
그리스도인의 결단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순교의 삶에로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순교의 삶이란 그리스도의 사랑과 갈림 없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여정입니다. 오늘 제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이 미사에 함께 하시는 믿음의 벗님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정녕 맞습니까?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정녕 맞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재물과 권력은 생명, 정의, 평화로 표현되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갈라서라고 우리를 유혹합니다. 이 유혹이 오늘의 박해입니다. 믿음의 벗님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박해에 맞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 몸과 마음으로 증거하며 순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리스도의 사랑과 갈라서 배교하시겠습니까?
정겹고 따뜻한 이곳 송산성당, 제 삶에 영원히 곱게 기억될 저의 첫 주임본당 송산성당, 마음에 떠올려도 가슴 벅찬 나의 성당, 우리의 성당에서 여러분과 함께 세상의 유혹에 맞서 당당히 순교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바로 우리 본당의 가족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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