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이 장애물이다.
-박상대신부-
루가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 대한 불행선언을 다시 한번 정리하여보자. 우선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세 가지 불행선언의 이유는 ① 십일조의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소홀히 한다(42절), ② 회당에서 높은 자리와 장터에서 인사 받기를 좋아한다(43절), ③ 사람들이 모르고 그 위를 밟고 지나가는 무덤과 같다(44절)는 것이다. 그리고 율법학자들에게 내려지는 세 가지 불행선언의 이유는 ① 남에게는 어려운 짐을 지우고 자신은 손가락도 대지 않는다(46절), ②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꾸미면서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47-51절), ③ 지식의 열쇠를 치워버려 자신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막는다(52절)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어제 복음에 이어 율법교사들에 대한 나머지 두 가지 불행선언을 전해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여섯 가지 불행선언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할 수 있겠다. 율사들은 모세의 율법을 해석하여 무수한 세칙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게 하였고, 바리사이들은 즐거움으로 이를 마지막 하나까지 지키려는 충성심을 보였다. 바리사이들은 율사들이 만들어 낸 율법의 세목(細目)까지도 철저히 지킨다는 형식적인 순수함을 근거로 해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로부터 자신들의 우월성을 고취하여 특수층으로 자처한 사람들로서 예수님 당대 최고의 세력을 이루고 있던 집단이 아니었던가? 후대의 랍비들은 바리사이파를 이스라엘 율법과 전통의 진정한 옹호자로 찬양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탈무드"의 랍비들은 바리사이파의 정신적 후예들로 간주할 수 있다.
율사들은 사람들이 율법의 세목을 지키는 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사정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들 관심 밖의 일이었다.(46절) 그들은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통탄의 마음으로 꾸미는 척 하지만 조상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아벨의 피(창세 4,8-10)부터 모든 예언자들이 흘린 피와 제단과 성소사이에서 피살된 즈가리야의 피(2역대 24,20-22)에 이르기까지 모든 피에 대한 책임을 물으신다.(47-51절) 율사들은 머지않아 예수님과 그 추종자들을 죽인 책임까지 져야할 것이다. 율사들의 최종적인 잘못은 새로운 "지식"에 대한 통로를 차단하는 데 있다.(52절) 여기서 새로운 지식이란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복음을 말한다. 율사들은 사람들이 이 복음을 듣고 예수께 믿음을 가질 수 없도록 방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예수께서 진정한 예언자요 하느님 지혜의 선생으로 등장하신다. 그분 스스로가 율법의 성취자이며,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복음이며 지식이다. 그분은 율법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율사들과는 달리 율법을 단순하고 쉽게 만드신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습니다"(마태 11,30) 라고 하셨다. 율법학자들은 무엇 때문에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내려주신 율법을 두고 밤낮없이 연구하고 정진하였던가? 왜 그들은 율법을 공부하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하느님의 참다운 정신과 정의와 사랑을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왜 그들은 율법의 참된 지혜가 그들 바로 앞에 서 계신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그것은 이미 그들 몸에 베어들은 위선과 착취와 탐욕의 습관 때문이다. 이런 나쁜 습관들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데 있어서 누구에게나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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