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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몰아와 몰입 / 김찬선 신부님 ~

몰아와 몰입

-김찬선신부-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며칠 전, 부산에서 영 한우리 송년 자선 음악회가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오래간만에 전문 연주가의 연주를 듣는 기회였고
,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그래서 큰 연주장에서는 도저히 누릴 수 없는 호사를 누렸는데
,
그것은 연주자의 연주를 듣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연주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주가 끝나고 제가 인사 겸 소감을 얘기하게 되었을 때

저는 그가 피아노로 기도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의 연주는 그저 연주가 아니고

기도라고 느끼게 한 것일까요
?
그것은 아마 그가 몰아의 상태에서 피아노에 몰입을 하고

피아노 안에서 청중과 대화하고 소통하였으며
비록 신자가 아니지만 하느님과 대화하고 소통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몰아(沒我)와 몰입(沒入)은 동시적인 두 현상입니다
.
몰아의 경지에 도달해야 어디에 몰입을 할 수 있고
,
어디에 몰입을 하게 되면 몰아의 경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
나에게서 빠져나오지 않고 절대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
나에게서 나와야지만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이때 나에게는 없어져야 할 “나”가 있고

나에게서 빠져나와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가는 “나”가 있습니다.
내가 몰락해야 내가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그러면 빠져나와 몰락해야 할 “나”는 무엇이고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가야 할 “나”는 무엇입니까?

빠져나와야 하고 그래서 몰락해야 할 “나”는

육의 나, 자기중심적인 나, 세속적인 나이고

다른 것 안으로 들어가야 할 “나”는
영적인 나, 사랑의 나, 신적인 나입니다
.

이 육의 내가 죽지 않으면 하느님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
자기중심적인 내가 죽지 않으면 이웃 사랑 할 수 없으며

사랑이신 하느님 안으로 몰입할 수 없습니다.
육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하늘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습니다
.
이 세상에서 빠져 나오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