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이었던 걸림돌들
-김찬선신부-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한 해의 끝자락인 어제와 오늘 비교적 조용히 보내며
지난 한 해를 돌아봤습니다.
어떤 한 해였던가?
끔찍한 한 해였는가?
아니면 은혜로운 한 해였는가?
흔히 다사다난했다고 하는데 그저 그런 한 해였는가?
그런데 그 전에 어떤 해였으면 좋겠는지 자문을 하였습니다.
억지 같을지 모르지만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은총을 받는 것이 싫은지
‘당신은 올 한 해 은총을 많이 받았다.’고 하면 안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인 것이 은총을 안 받았다면
하느님은 그 사람에게 은총을 안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만일 사실이라면
하느님은 그 사람에게만 은총을 안 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묻게 되지요.
“당신은 하느님께서 유독 당신에게만 은총을 아니 주셨기를 바랍니까?”
“당신은 하느님께서 은총을 아니 주시는 분으로 생각하십니까?”
이제 똑같은 질문을 저 자신에게 합니다.
그때 저는 다른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도 저도 하느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았고
오늘 복음 말씀처럼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줄 수 없을 정도로 은총이 부족한 분 아니기에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은총을 받았을 뿐 아니라 받은 모든 게 은총입니다.
공기와 물이 은총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해와 달이 은총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올 한 해 제가 먹은 1095 끼니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주를 사 주신 분들이 몸에 안 좋은 거 사줬으니
나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늘 함께 하면서 칭찬과 격려를 하는 밖의 사람들이
솔깃한 말로 저를 유혹하는 나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제가 싫어하는 소리를 하였다고 쓴 소리가 은총이 아니고
쓴 소리 하는 공동체 형제들이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지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은 지지와 격려로 저를 돕고,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판과 반대로 저를 구원으로 이끕니다.
그러므로 올 해 은총 체험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면
주신 은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받는 제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모든 게 은총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은총으로 느끼지 못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모든 걸 은총으로 바꾸지 못하는
나의 감수성이 문제였을 뿐입니다.
걸림돌은 그대로 디딤돌이라고 하지요.
나의 감수성을 세련되게만 하면
올 해는 걸림돌이었던 것이
내년에는 얼마든지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올 한 해의 끝 날,
은총은 물론 디딤돌이었던 걸림돌들에 대해서도 감사하며
내년에는 걸림돌들이 디딤돌 되기를 우리 모두 희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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