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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주님 봉헌 축일 / 기경호 (프란치스코) OFM ~

주님 봉헌 축일 루카 2,22-40(15.2.2)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주님께 바쳤다.”(루카 2,22) 

 

The Presentation in the Temple

 

  

                      

 

 봉헌된 축성의 삶  

 

오늘은 나자렛에 머물던 아기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또한 오늘은 1997년부터 교회가 ‘축성(봉헌)생활의 날’로 정하여

주님께 삶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이기도 하다.

 

예수님의 부모는 당시의 율법에 따라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였다.

 주님께서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봉헌되신 이 날 다 함께 우리의 봉헌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주님께 삶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도록 하자. !


라틴어 ‘콘세크라씨오’(consecratio)는 우리말로 봉헌과 축성으로 번역된다.

이 단어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주는 핵심적인 말이다.

 

‘봉헌’이란 인간 편에서 우리를 창조하시고 사랑과 선을 주시는 하느님께

 자신의 전 존재를 배타적으로 유보시키고, 감사와 찬미의 응답으로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것이다.

 

 ‘축성’은 인간의 자발적인 사랑과 희생과 헌신에 대해 하느님 편에서 축복해주시고

 당신의 거룩함에 참여시켜주는 것이다.

 

 우리네 삶의 주인이 하느님이시라면 ‘봉헌된 축성’

또는 ‘축성된 봉헌’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축일에 듣는 말씀들의 주제는 봉헌이다.

봉헌이란 거룩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 봉헌되었다는 것은 하느님께만 유보되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힘으로 노력으로 거룩해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분의 거룩함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봉헌이 참될 때 그분은 우리를 축성하여 주신다.

 희생 없는 봉헌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희생은 자신의 어떤 것을 포기하고 참아 받는

그 이상의 훨씬 더 깊은 뜻이 있다.

 

시메온의 고백처럼, 예수님께서는‘반대 받는 표징’이 될 것인데(2,34),

그분과 함께 구원의 여정을 시작한 성모님의 고통은 십자가 밑에 이르러 극에 도달한다.

 

신앙인의 희생은, 곧 자신을 온전히 희생한 예수님의 구원의 희생에 동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봉헌은 나의 일부를 일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때에만 바치는 희생이 아니라,

전인격적이며 항구한 그리스도의 구원의 희생에 동참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봉헌은 ‘남김없이 건네줌’이며 ‘되돌려드림’의 삶이다.

정결예식은 히브리인들이 에집트에서 노예상태로부터 해방될 때

그들의 맏아들들이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맏아들 예수는 생명을 내놓고 피를 흘림으로써

 궁극적인 해방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이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은 선물임을 깨달아 머뭇거림 없이

 하느님께 되돌려 드려야 하며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깨끗하고 순수하게 되어, 올바른 마음으로 제물을 바치라는 말라키의 말씀처럼

우리의 봉헌은 늘 대가나 인정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하리라!


우리의 봉헌생활은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에서의 가르침을 재현하는 삶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삶은 이 세상에 증거가 되어야 하며

이는 곧 예언자적인 소명을 일깨워 준다.

 

축성된 삶이란 그저 자신의 내적 생활만을 추구하거나 순수영성주의에 빠져 안일하게,

그리고 초월적인 신비나 자신의 내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며 사는 삶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향하여 참된 사랑과, 하느님의 진리,

복음적 가치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할 중대한 사명을 받았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살아있는 복음으로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봉헌생활은 교회생활의 ‘필수 부분’이며, 하느님께서 교회에 주신 은혜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잠에서 깨어나 주 예수님을 더욱 뜨겁게 사랑하고

그분 안에서 모든 인류를 사랑하기 위한 철저한 자기 봉헌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 자체가 복음적 가치의 풍성한 표현이 되어야 하리라.

그분의 거룩함에 참여하고, 구원의 희생에 자신을 일치시키며,

모든 것을 기꺼이 되돌려드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야말로 인류 성화에 대한

더 완전한 표현이 될 것이며, 이 세상에 복음적 가치를 일깨워 주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예언자적인 소명인 것이다.

우리 모두 ‘주님 봉헌 축일’과 ‘축성생활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우리의 삶의

 원점을 확인하면서 나날의 삶이 그분께 드리는 더욱 철저한 사랑의 봉헌이 되어

 세례의 축성을 꽃피울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모으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