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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사랑의 부르심 / 기경호 (프란치스코) OFM ~

 



부활 7주 금 요한 21,15-19(15.5.22)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6)


"Jesus said, Do you love me?"
 
 


 
사랑의 부르심

 

삶이 힘들고 외로워도 우리가 찾기도 전에

먼저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회상하자.

 

누구든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핵심인 사랑을 중요시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 앞에 있는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실제로 사랑하고 있는 그만큼 사랑의 존재일 수 있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성실한 분이시며,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고

 계명을 지키기만 한다면 한없는 사랑이 주어진다.

 

 이렇게 주어지는 사랑은 사랑을 살아가도록 부르시는 하느님의 초대이다.

 사랑은 사랑을 부르고, 그 사랑에 불타 우리는 약속한 바를 지켜나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사랑이 아무리 빈약하다고 해도

그것은 일치의 생활을 위해서 필요하다.

 

이제 오늘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든

 품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회상해보자.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막중한 책임을 맡기기 전에 사랑을 그의 마음에 심어주시려고 한다.

 

예수님께서는 세 차례에 걸쳐 베드로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묻는다.

 

우리말로 모두 ‘사랑하다’로 옮긴 이 동사는 성서 언어로는

구별 없이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해서 성서주석학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행간을 헤아려 묵상해볼 수 있겠다.

예수님께서 두 번에 걸쳐 베드로에게

 ‘아가파스 메?’(너는 나를 사랑하느냐?)하고 물으신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라고 답한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아가파오’란 단어로 물으시는데,

베드로는‘필레오’란 동사로 답변한다.

 

 ‘아가파오’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우위성’, ‘하느님 편에서

 그리워하다’, ‘사랑을 표출하다’는 뜻을 가진다.

 

반면에 ‘필레오’란 동사는 ‘사랑하다’, ‘좋아하다’, ‘간절한 느낌을 갖다’는 뜻으로

 우정관계에서의 사랑을 말한다.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부인한 베드로가 감히 그분과 같은

사랑을 하겠다고 답변을 하지 못했으리라!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두 번이나 당신이 묻는 단어로 답을 하지 못하자

마지막으로 ‘아가파오’가 아닌 베드로가 사용한 ‘필레오’ 동사를 쓰신다.

 

이 변화는 예수께서 베드로의 마음을 헤아리시고

그의 처지로 내려가신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마침내 베드로는 영혼의 평화를 느끼며 답한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21,17)

 

이렇듯 죽기까지 낮추시고 순종하시어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셔서도 똑같이 낮은 곳으로 내려오시어 우리를 사랑하신다.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는가?

 

우리는 사랑 때문에 사랑을 위하여 부름 받았다.

그런데 사랑하지 않고 그분의 사랑을 잊은 채 살아간다면

 살아가는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이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해야 할까?

 

모든 순간에 사랑을 실천해야 하며, 모든 것에 사랑이 배어있어야 하리라.

생각, 말, 행동, 기도, 받아들임, 기쁨, 고통 등 생활 전체가

 사랑에 젖어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비움과 낮춤을 통해 살아내야 할 성소다.

우리는 늘 연약하고 잘못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싸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마음껏 자신을 내맡기자.

 

 모든 것을 맡겨드리면서 앞만 보며 그분께 모든 것을 기쁘게 봉헌하여야겠다.

 

사랑을 체험하도록 베드로를 부르신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어

사랑을 거듭 확인하신 다음 양떼를 돌볼 소명을 주시며,

다시 ‘나를 따라라’(21,19) 하고 초대하신다.

 

오늘도 매순간 기억하자!

우리의 소명은 사랑을 사는 것임을!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사랑 안에서가 아니라면 무의미하며

주님께도 이웃들에게도 기쁨이 되지 못함을!

 

저 낮은데서 시작해야 하는 사랑임을...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