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김찬선신부-
저는 그때 없었지만
지난 달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차원에서
저희 형제들끼리 성격유형을 같이 검사하였고
성격유형에 따라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하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약도를 그리게 하였다고 합니다.
형제들이 너무도 잘 아는 길, 시청역에서 수도원까지의 약도를
처음 찾아오는 사람을 위하여 그리는데
감각형의 형제들은 약도를 아주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린데 비해
직관형의 형제들은 한 줄 죽 긋고 중요한 건물 몇 개만 그렸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날 모든 것을 끝내고
자발적으로 뒷설거지를 하는데 설거지하는 하는 형제들이
모두 같은 형의 형제들이어서 같이 웃었답니다.
그러니 많은 경우 어떻게 저런 인간이 있어 하며
그 사람의 인격, 됨됨이를 탓하는데,
사실은 인격을 탓하기보다 성격을 탓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면
그 사람이 그런 성격을 타고난 것은 부모로부터 타고난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하느님이 그렇게 태어나게 한 것이니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제를
신앙적으로 보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주님은 고향에 가시어 지혜와 기적을 드러내 보이셨는데
이때 사람들이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하며
놀라고 심지어 못 마땅해 했다고 복음은 얘기합니다.
그러나 신앙의 눈을 가졌다면
놀랄 것이 아니라 신비가 드러남에 대해 경외심을 가졌을 것이고
못 마땅해 할 것이 아니라 찬미와 감사를 드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신앙의 눈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신앙의 눈을 못 가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와 비슷한 다른 사람이 신적 차원을 가진 것이 못 마땅합니다.
숫제 다른 고장이나 다른 신분의 사람이 신적 차원을 가졌다면
한 풀 꺾고 인정해줄 텐데
자기들과 비슷하고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낸,
어찌 보면 자기들보다 비천한 목수의 아들에게
신적 차원이 있다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겠습니까?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보통 사람이 하느님의 아들이었으니.....
그러면 이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이의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도...
그러니 그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고,
못 마땅한 것이 아니라 나도 그분의 자녀임에 감사로울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 내 삶의 터에서 신앙의 눈을 벼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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