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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 31주간 수요일 - 나의 십자가는 나 자신 / 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31주 수요일

복음: 루가 14,25-33: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26절) 이 말씀은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모순처럼 들릴 것이다. 주님께서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 10,37)고 하신다.

‘나보다 더’라는 말을 덧붙이신 것은 가족을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당신보다 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분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라 하셨다. 먼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우리 이웃도, 가족도 참으로 잘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이렇게 하느님을 우리 삶의 첫 자리에 모셔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주님께서는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27절)고 하시면서 어떤 마음 자세로 따라야 하는지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마지막 단계는 십자가라는 것이다. 박해 때에는 그분을 따르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십자가였고, 평화를 누리는 이 시대에는 하느님의 뜻에 반대되는 자신의 뜻을 철저하게 죽이는 것이 십자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십자가를 잘 질 수 있도록 주님께서는 탑과 전쟁의 비유를 말씀하신다. 첫째로 탑을 세우려는 사람은 먼저 그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계산하는 것과 같다. 완성하지 못하면 비웃음을 당한다.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로 결심한 사람도 우선 충분한 열성을 쌓아 두어야 한다. “얘야, 주님을 섬기러 나아갈 때 너 자신을 시련에 대비시켜라.”(집회 2,1) 이런 다짐이 없다면 어떻게 목적지에 닿겠는가?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31절)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의 전투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권력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령들입니다.”(에페 6,12) 여기에 육정, 정욕, 재물욕 등도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다.

이제 하느님의 자녀로서, 예수님의 제자로서 큰 뜻을 품었으면 결실을 보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 하나로는 탑을 완성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계명 하나 지킨다고 온전한 성숙을 일룰 수 없다. 기초를 놓고, “그 기초 위에 금이나 은이나 보석으로 집”(1코린 3,12)을 지어야 한다. 계명을 지키며 사는 것은 금이나 은보다 소중하다. 시편에 “저는 당신 계명을 금보다 순금보다 더 사랑합니다.”(시편 119,127)라고 하신다.

이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하늘의 시민으로서 살아가도록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