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기다림을 몸소 가르치시는 하느님
-경규봉 신부-
엘리야는 기원전 9세기에 북부 이스라엘의 길르앗에서 활동했던 예언자이다. 그는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앙과 열정을 지니고 바알 숭배자들과 투쟁하였다. 당시 왕은 아합이었는데 그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안정을 꾀하기 위하여 띠로의 공주 이세벨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이세벨은 바알 신을 섬기는 우상숭배자였다. 그녀는 바알을 위한 신당을 짓고, 바알과 아세라의 예언자들을 데려와 이스라엘 백성에게 바알 숭배를 장려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우상숭배에 빠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엘리야는 우상숭배에 빠진 백성에게 하느님의 징벌로 가뭄이 올 것을 예언했다(1열왕 17,1). 그는 가르멜 산에서 바알의 예언자들과 대적하여 하늘에서 불을 내려 번제물을 태우고 바알의 예언자들을 죽였다(1열왕 18,20-46).
엘리야는 제자 엘리사가 보는 가운데 승천하였으며, 엘리야에 대한 기록은 엘리사를 통하여 예언자단 안에서 소중하게 보존되어 왔다. 엘리야는 주님의 날이 오기 전에 주님을 예비하는 자로서 다시 이 세상에 올 것으로 기대되었다.
말라기서는 “이 야훼가 나타날 날, 그 무서운 날을 앞두고 내가 틀림없이 예언자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 엘리야가 어른들의 마음을 자식들에게, 자식들의 마음을 어른들에게 돌려 화목하게 하리라. 그래야 내가 와서 세상을 모조리 쳐부수지 아니하리라.”(말라 4,5-6) 하고 예언하였다.
오늘 집회서는 예언자 엘리야가 행한 여러 가지 기적을 기리며, 그가 이스라엘의 지파들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올 것을 전한다.
하느님께서는 천지창조 때부터 인류구원을 약속하셨지만, 곧바로 구세주를 보내시지 않으셨다.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셨다. 하느님께서는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떠돌이 민족을 선택하시어 그들을 당신 백성으로 삼아 키우셨다. 그들과 계약을 맺으시며 그들에게 축복을 내리시어 하느님께 충성을 다하도록 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께 충성하지 못하고 우상숭배를 하면서 온갖 죄악에 빠지고, 그로 인하여 온갖 고통을 당하였다.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그들을 버려두지 않으시고 그들이 회개하고 당신께 돌아오도록 하심으로써 다시금 축복을 주셨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신앙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키우시며 인류구원의 때를 준비하셨다. 때가 이르자 동정녀 마리아를 택하여 구세주를 세상에 보내셨다. 더욱이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이 구세주를 맞이할 수 있도록 구세주의 오심을 준비하는 이들까지도 미리 보내셨는데, 그가 곧 구약에 예언된 엘리야이며, 세례자 요한이다.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인류구원을 위하여 여러 가지로 세심하게 마음을 쓰시면서 준비하셨다. 하느님께서 인류구원을 위하여 무수한 세월 동안 준비하셨고, 한 민족을 택하시어 준비하신 기간만도 1800년이란 길고 긴 기간이었다.
하느님께서는 그처럼 참고 인내하시며 기다리시는 하느님이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의 기다림을 통하여 우리 사람에게 기다림을 가르쳐주신다. 하느님께서는 무수한 세월동안 기다리시면서 세세하고 면밀하게 준비하심으로써 기다림이란 단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임을 가르쳐주신다. 마치 농부가 땀 흘려 수고함으로써 수확을 얻듯이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땀 흘려 수고하며 참고 기다려야함을 가르쳐주신다.
그러므로 대림시기를 보내는 우리는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미래를 기획하고 설계하며 준비하는 삶을 살자. 막연히 시간만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소중하고 귀하게 준비하는 시간이 되도록 하자. 모든 것이 지금 당장 이루어지기를 성급하게 바라기보다 참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삶을 살자. 우리의 인내가 크면 클수록, 우리의 준비가 크면 클수록 주님을 맞이하는 기쁨은 더욱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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