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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대림 4주간 화요일 / 기경호 신부님 ~

                     




대림 4주 화 루카 1,46-56(15.12.22)



“주님의 자비는 대대로 미칩니다.”(루카 1,50)




Magnificat, The Canticle of Mary






사랑으로 바꿔가는 세상


성모님께서는 처녀 잉태라는 사실 앞에 두렵고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다 산악 지방에 사는 사촌 엘리사벳을 방문했을 때

 뜻밖에도 사촌이 성령의 빛으로 그 일을 알고 기뻐하며 자신의 복됨을 확인해줍니다.


 이에 마리아는 현실의 고통을 넘어 늘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감사와

 구원의 기쁨을 예루살렘 모교회의 예배 때 불렀던 찬가를 빌어 노래합니다.

마리아는 이름도 없는 시골 처녀요,

보잘것없는 비천한 자신을 기억해주시고 구세주의 어머니로 삼아주신

 주님께 기뻐하며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47-48).


이렇게 메시아의 탄생은 하느님의 자비로 결정적인 사건이 되고,

그 자비는 세세대대로 영원히 미치게 됩니다

(1,50. 55).

성모님의 입을 통해 힘없고 보잘것없는 이들과 강력한 힘을 지닌 이들의

처지가 뒤바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기쁜 소식이 선포됩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은 교만한 이들을 흩으시며,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이들을 빈손으로 내치십니다

(1,51-53).

무엇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힘과 돈, 지식과 과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돈이 제아무리 강력한 힘을 지녔다 해도

정작 중요한 것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고, 영혼을 어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권세도 재력도 명예도 다 사라져버릴 먼지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중독자들인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의 자비야말로 가장 근원적이고 강력한 힘인데도 말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인간은 사랑을 위해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사랑의 존재입니다.

 이것을 망각함이 곧 파멸이요 죽음입니다.

교만한 사람과 권세 부리는 사람,

자기만 알고 돈의 힘을 믿고 사는 사람을 치유하고 바꿔주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곧 희망입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사회문제의 가장 핵심에 인간이 있고

인간을 위한 사랑의 결핍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탄 구유의 초라함과 소박함이 보여주는 하느님의 가난은

바로 우리가 꼭 지녀야 할 사랑을 회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춥고 각박한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자비로 세상을 바꿔주시는 하느님을 믿고,

서로 사랑하며,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켜나갔으면 합니다.


그렇게 주님께서는 힘없고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 안에서

당신 창조의 힘과 자비를 알아보며 기뻐하는 우리를 반기실 것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