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주님께 세례를!
-김찬선신부-
저는 이번 주님의 세례 축일 묵상을 하면서
오래 전에 들은 얘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태국의 축제 중에는 쏭크란 축제란 것이 있다지요?
새 해 초에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막 물을 퍼붓는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물세례를 주고받는 것인데
불교 달력으로 정초에
한 해 동안 더러워진 부처님 상을 씻어드리는 예식에서 비롯되어
부처님을 정성껏 닦아드리듯
사람들의 더러움을 씻어준다는 깊은 뜻이 있답니다.
제가 감동받은 또 다른 얘기도 생각이 납니다.
이것은 본인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그분은 돌아다니다 성당에 들러 더러워진 성상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건 나중에 다시 방문해서건
그 성상을 깨끗하게 해드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빗자루를 가지고 다니다 더러운 성당이 있으면
성전 청소를 한 것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 분이 성상은 깨끗하게 해드리면서
주변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무관심하다면
제가 크게 감동받지 않았을 것이고 존경스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요한이 예수 그리스도께 세례를 베풂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세상의 죄를 씻으시는 분에게 죄를 씻는 세례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주님께서 요한의 세례를 받으심은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며
내가 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라 하신 것과 같이
나를 씻어주듯 나의 지체들을 씻어주라는 뜻입니다.
요즘은 그런 아이가 별로 없지만
옛날에는 잘 돌보아주지 못해 꾀죄죄한 아이들이 많았지요.
코가 나와 말라 비틀어져있고
먼지와 때에 절은 얼굴에 눈물 자국이 어지러운 아이들.
상상이 가시죠?
그런데 그런 아이를 데려다 깨끗이 세면이나 목욕을 시키면
참으로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요.
이 또한 상상이 되시죠?
그 꾀죄죄한 아이가 이렇게 하늘스럽다니!
그러므로 아이는 더렵혀진 것이지 본색이 더러운 것이 아닙니다.
세례는 그러므로 본색, 진면목을 드러나게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하느님의 진면목을 드러나게 하는 것입니다.
폐허에 묻혀있던 다미아노의 십자가를
프란치스코가 찾아내어 제 색깔을 되찾게 하듯
우리의 무관심으로 버려지고 더러워진 아이를
우리가 챙기고 씻어주고,
더럽다고 쫒아내고 구박하던 우리 자매를
우리가 받아들이고 아껴주고,
우리의 무시와 억압으로 어그러진 우리 형제를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받드는 것이
바로 예수님께 우리가 세례를 드리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하늘스런 진면목을 되찾게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 예수님의 세례 축일을 지내며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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