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김찬선신부-
제가 관구 봉사자이자 남자 수도자 장상 협의회 회장을 할 때
동 시베리아 교구장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당신 교구에 성직자, 수도자를 파견해달라는 편지였습니다.
동 시베리아는 바이칼 호수가 있는 이르쿠츠쿠에서부터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까지 이르는,
면적으로만 치면 우리나라보다 50배 이상 큰 교구인데
거기에 사제가 17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교지를 정하기 위해
이 동 시베리아 교구 여기저기를 방문하였습니다.
이때 받은 것이 바로 “버림 받은 땅”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정치 경제적으로 버림 받고,
가톨릭교회의 로마로부터도 버림 받았다는 느낌말입니다.
그때 예레미아서 1장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그곳이
주님께서 당신 대신 우리가 가길 바라는 곳이고,
그러니 그곳이 우리가 가야할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스리스크라는 곳에 우리형제들이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아이티에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제일 처음 떠오른 생각이 “또?!”와
“아이티는 진정 버림 받은 땅인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미국에 있을 때
아이티 난민이 미국에 많이 있었고
그래서 소식도 많이 들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인데다
얼마 전 연속적인 태풍으로 나라 전체가 초토화되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재난, 아니 재앙을 당한 것입니다.
가톨릭 신자가 국민의 80%가 넘고 개신교까지 합하면
국민 대부분이 그리스도교 신자인 이 나라,
그래서 성직자였던 아리스티드가 대통령이 되기도 했던 이 나라를
하느님께서 정녕 버리신 것일까요?
정말 하느님마저 이 나라를 버리신 것인가?
이에 대해 오늘 독서와 복음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다시는 네가 ‘소박맞은 여인’이라,
다시는 네 땅이 ‘버림받은 여인’이라 일컬어지지 않으리라.
오히려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니,
주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네 땅을 아내로 맞아들이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야서의 이 말씀에서 주님은 “오히려”라고 말씀하십니다.
소박맞고 버림받은 여인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 마음에 들고 그래서 주님과 혼인한 여인이라 하십니다.
사람들이 버렸지 당신이 버리신 것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이 버리기에 “오히려” 당신이 아내 삼으신다고 하십니다.
인간적 재앙의 상황을 영적 잔치의 상황으로 바꾸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습니까?
무엇을 보고 믿으라는 말입니까?
그리스도교 국가들인 스페인, 프랑스, 미국이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믿으라는 말입니까?
하느님을 저버린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이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예레미아처럼 저를 보내달라고 하고 달려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재앙이 "오히려" 영적 잔치가 되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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