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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화, 미술

~ 광야의 요한 세례자 ~

                           

 

헤르트헨, 광야의 요한 세례자,

1490-95, 나무에 유채, 42x28cm, 국립회화관, 베를린

헤르트헨 토트 신트 얀스(Geertgen tot Sint Jans, 1455~1495년경, 네덜란드 화가)는

요한 세례자가 광야에서 묵상에 잠겨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림은 에덴동산처럼 푸른 자연과 빛이 조화를 이룬다.

그림의 중앙에 갈색 옷에 푸른색 망토를 두른 요한 세례자가 바위에 앉아 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이며 신약의 메시아의 선구자인 요한 세례자는

오랫동안 광야에서 고행생활을 하고, 요르단 강가에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설교하기 시작하며

회개의 세례를 베푼다.

 

전통적으로 성화에서 요한 세례자는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

(마르 3,4)라는 말씀처럼 넝마같은 짐승의 털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흐트러진 머리 모양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요한 세례자는 짐승의 털옷이 아니라,

갈색 수도복에 푸른 망토를 어깨에 걸친 것이 마치 은수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가는 고행자의 모습답게 요한 세례자를 맨발(고행의 상징)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큰 망토는 고독과 슬픔을 한층 고조시킨다.

그는 손을 볼에 대고 곰곰이 무엇인가 생각에 잠긴 듯하다.

자신의 죄의 고백과 고독하고 우울한 묵상! 바로 앞으로 전개될 그리스도의 고통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그의 발치에 그려진 엉겅퀴와 매발톱꽃의 묘사로도 알 수 있다.

모두가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하는 식물들이기 때문이다.


요한 세례자의 바로 옆에는 어린양이 앉아있다.

일반적으로 요한 세례자의 상징물로 갈대로 만들어진 십자가나 어린양이 그려진다.

이 작품에서는 요한 세례자와 어린양만이 묘사되어 있다.

어린양은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희생으로 한 몸을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리스도는 주님의 뜻에 따라 우리의 병고를 대신지고 자신을 속죄 제물로 온전히 내어놓으신다.(이사 53,10)

이 작품에서 어린양은 사랑스러운 애완용 양처럼 광야에서 홀로 고독하게 묵상하는 요한 세례자에게

동반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연풍경은 그림 왼쪽 윗부분에 예수님께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은 요르단 강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산이 푸른 하늘과 연결되어 중앙에 요한 세례자와 조화를 이룬다.

이제 요한 세례자는 깊은 묵상을 끝내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어린양”이요,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소리 높여 증언할 것이다.

무성한 나무들과 동물들, 푸른 하늘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새로운 날이 펼쳐질 것을 드러낸다.


“맑은 창공은 드높은 곳의 자랑이며 하늘의 모습은 찬란한 영광 속에 드러난다.”(집회 43,1)

묵상에 잠겨있는 그림의 요한 세례자처럼 우리 자신의 죄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저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요한 11, 27)라고 고백해봅니다.

[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

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