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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 주님의 식사 / 글- 안셀름 그륀 신부님 ~

 

 

교회는 성찬례 제정을 주님 만찬 성 목요일 저녁에 기념하지만,

특별히 성체 성혈 대축일에 한 번 더 성찬례의 신비를 기념합니다.

 

 

 

 

성찬례는 원천과 본질로 본다면 바로 식사입니다.

성찬례 때 예수께서는 많은 제자들을 당신 주위에 불러모으셨습니다.

모두들 빵과 포도주 안에서 자신을 내어주는 예수님의 사랑을 함께 나눕니다.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도 그 중 하나이지요.

성찬례는 여러 유형의 사도들을 한데 묶습니다.

성미 급한 베드로, 사려깊은 애제자 요한, 심지어는 두 사람의 열혈당원, 즉 테러리스트까지.

그러나 저마다 예수님의 식탁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아무도 거부하지 않고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 모두를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우리 모두는 같은 빵을 나누어 먹고, 같은 잔을 나누어 마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느낌이나 생각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우리를 결합시킵니다.

유대인과 그리스인, 주인과 노예,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이

돌연히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것이야말로 초기 교회의 매혹적인 체험이었던 것입니다.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집집마다 돌아가며 빵을 떼고

흥겹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들었다." (사도 2,46)

 

 

 

 

성찬례는 내어줌입니다.

예수께서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을 제자들에게 내어주십니다.

떼낸 빵은 예수님의 죽음을 의미하지요.

죽음을 통해 예수께서는 인간에게 당신을 남김없이 내어주시어

가없이 큰 당신의 사랑을 완성시키셨습니다.

잔에 담긴 술은 예수의 옆구리에서 흘렀던 피를 상기시킵니다.

그 피는 우리를 하느님의 생명으로 채우기 위함이었지요.

 

 

 

 

"이 잔은 그대들을 위해 쏟는 내 피로써 맺는 새 계약입니다." (루가 22,20)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과 새로운 계약을 맺으십니다.

우리는 성찬례 때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와 맺으신 이 새계약을 기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마음을 선물하십니다.

그것은 돌처럼 차고 굳은 마음이 아니라, 살처럼 뜨겁고 부드러운 마음,

당신 아들의 마음입니다.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같이 죽음에 이르도록 사랑할 힘을 가진 마음입니다.

 

 

 

 안셀름 그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