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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 ( 묵상글) 모든 것이 네 안에 있다 / 안셀름 그륀 신부님 ~

                        


[묵상글] 모든 것은 네 안에 있다 - 안셀름 그륀 신부

“네가 추구하는 것과 네가 동경하는 것, 이 두 가지는 바로 네 안에 있다.”

인도의 영성지도자 앤소니 드 멜로가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불안으로부터 또는 자신의 죄의식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들은 위협적인 상황과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러나 그들이 무서워 도망치는 모든 것은 그대로 그들 안에 있다. 그들은 절대로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지니고 도망치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의 그림자로부터 도망치려고 시도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는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려고 점점 더 빨리 뛰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보기가 무섭게 그림자는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림자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는 쓰러져 죽을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며 뛰었다. 우리에게서 떨쳐낼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그것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그것을 떨쳐버리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이런 식으로는 결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멈추어 서서 우리 안에 있는 그것과 화해하는 것이다. 화해를 위한 첫걸음은, 우리가 간절히 떨쳐버리고 싶어하는 것을 우리 안에 머물도록 허락하고, 우리에게 그것을 그런 식으로 떨쳐내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가치평가를 그만두는 것이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러하도록 허용되었다.

두 번째 걸음은, 우리가 우리 안에 두기를 그토록 거부했던 것을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속한다. 그것은 나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 부분도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런 불안뿐 아니라 동경(그리움)도 우리 안에 있다. 절대적인 고향, 보호 그리고 사랑에 대한 동경이 우리를 몰아붙인다. 이런 그리움을 때려죽일 수는 없다. 그리움은, 우리가 그분을 기억하도록 하느님이 우리의 마음 안에 감추어 두신 흔적이다. 그리움은 우리를 이 세상에서 데리고 나갈 우리 안에 있는 힘이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그것 역시 이미 늘 우리 안에 있다. 우리는 성공을, 사랑을, 남의 인정을, 평화를, 고향을 그리워한다. 이 모든 것이 이미 내 안에 있다. 내 안에 사랑이 있다. 나는 사랑을 인지하기만 하면 된다. 내 안에 고향이 있다. 인생의 심오한 비밀 그 자체가 내 안에 살고 있다면 나의 고향은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다. 내 안에 성공이 있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면, 나는 나를 느끼고, 살아 있음과 너그러움을 느낀다.

대체 성공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이 나에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떤 것이 나에게 이루어지면, 나는 행복하다. 행복 역시 이미 내 안에 있다. 나는 행복을 나에게서 애써 살 필요가 없다. 나는 행복을 외부적인 성공을 통해서 이룰 필요가 없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나 자신과 조화를 이루고, 나에게서 나온 것에 대해 기뻐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 행복한 조화를, 그 자체로 만족하면서도 밖으로 빛나는 힘으로 인지하게 된다. 남의 인정도 역시 내 안에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면, 나는 인정받으려고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러면 남들이 나를 인정하는지의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시작 부분에서 인용한 앤소니 드 멜로의 인식은 우리가 우리의 그리움을 정확히 바라보고, 늘 정지시켜 우리에게, 내가 동경하는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멈추어 서서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 나는 이 모든 것이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심오한 진리는 바로, 하느님이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동경하는 모든 것이 내 마음 안에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진리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서서 이 진리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정지상태가 인간적이고 종교적인 모든 진보의 전제조건이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들리는 것이다.

번역 / 이온화 (이화여대 독문과 강사)

작가 소개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베네딕도 수도회 신부. 1945년 독일에서 출생한 그는 현재 소속 수도회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위한 피정지도를 하는 한편, 영적 갈증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2001년 5월 월간 《들숨날숨》 초청으로 국내에서 강연을 가진 바 있다. 저서로 《아래로부터의 영성》 《올해 만날 50천사》 《50가지 성탄 축제 이야기》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 《성서에서 만난 변화의 표징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