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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 관련 내용

** 칠흙 같은 어둔 밤 **


칠흙같이 어두운 밤입니다. 

섬뜩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달빛에 비치는 주님의 모습은 

극도의 슬픔으로 말미암아

 이미 처참하며, 

기진하신 주님의 몸은 발끝까지 

떨리고 있습니다.  

침묵 속에서 엄청난 전투를 

치르시는듯 온몸을 뒤척이시고 

처절한 신음 소리를 내시며

 괴로워하십니다.


어깨에 걸쳐 있는 옷에 

피가 서서히 배기 시작하고

 마치 임종의 고통을 치르는듯 

거의 까무러칠 지경이 되셨습니다. 

성혈이 방울져 떨어져 기도하고 

계시던 땅의 풀까지 적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전투를 마치신듯 

고개를 푹 숙이시고 

양팔은 몸 옆으로 늘어뜨리신 채 

움직이지 않고 계십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감았던 눈을 뜨시고는 

무슨 결심을 하신듯 고개를 들고 

일어나시어 

제자들에게 힘 있게 말씀하십니다.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때가 가까웠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 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마태26,45-46)

그분께서는 이렇게 밤새 기도하시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갈 준비를 마치셨습니다.


- <성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