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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무 일도

~ 성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 대천사축일 성무일도 ~

9월 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아침기도

 

 

 

9월 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저녁기도

 

 

9월 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끝기도

 

 

 

 

 

 

 

 

 

 

 

 

 

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복음서에 대한 강론'에서
(Hom. 34,8-9: PL 76,1250-1251)

 

천사라는 명칭은 본성을 뜻하는 명칭이 아니고 직무를 뜻하는 명칭입니다

 

천사라는 명칭은 본성을 뜻하는 명칭이 아니고 직무를 뜻하는 명칭임을 알아야 합니다. 하늘 나라의 거룩한 영들은 언제나 영들이지만 언제나 천사라고는 부를 수 없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전하려 파견될 때에만 천사이기 때문입니다. 덜 중요한 것을 전하는 이들을 천사라 하고 중대한 사건들을 전하는 이들을 대천사라 일컫습니다.

 

따라서 동정 마리아께는 아무 천사나 파견되지 않고 대천사 가브리엘이 파견됩니다. 이와 같은 역할에 적합한 천사는, 가장 위대한 소식을 전해야 하는 만큼 천사들 중 가장 높은 등급에 속하는 천사여야 함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대천사들에게 특별한 이름을 부여하십니다. 이는 그 이름으로써 그들에게 맡겨진 소임을 더 잘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 대한 관조로부터 비롯되는 지식으로 충만한 하늘의 거룩한 도읍에서는 천사들에게 있어선 그들을 식별하는 특별한 이름이 없습니다. 그들은 다만 우리들에게 어떤 소임을 가지고 파견될 때에만 그 소임과 관련되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 같은가"라는 뜻이고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권세"라는 뜻이며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치유"라는 뜻입니다.

 

어떤 강력한 행위가 취해져야 할 때마다, 그 이름과 행동으로써, 하느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을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 미카엘이 소임을 받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처럼 되고 싶어하는 교만으로 채워져 "내가 하늘에 오르리라. 나의 보좌를 저 높은 하느님의 별들 위에 두고 가장 높으신 분처럼 되리라."고 외치면서 우리의 옛 원수가 일어날 때 그가 세말에 영원한 형벌을 받도록 대천사 미카엘이 파견되어 그와 투쟁했습니다. 요한은 묵시록에서 이 투쟁을 증언해 줍니다. "천사 미카엘이 그 용과 싸우게 되었다."

 

그리고 마리아께는 가브리엘이 파견됩니다.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권세"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만국의 하느님이시고 전쟁에 능하신 분께서 세상에 오시어 겸손하게 나타나셨지만 "하느님의 권세"로써 높은 데 거처하는 악령들과 싸우게 되리라는 것을 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치유"라는 뜻입니다. 실상 그는 그 치유의 직무를 통해서 토비아의 눈을 만지어 그의 눈에서 눈멀음의 어두움을 몰아내었습니다. 치유하러 파견된 이는 참으로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치유"라는 이름을 지녀 마땅합니다.

 

우편배달의 수호성인 가브리엘 대천사

 

성서에 따르면 천사는 하느님의 사자들로서,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능력이며, 하느님을 섬기는 영적인 존재들이다(히브 1,14). 또한 천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로서 하느님을 모시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천상의 전달자로 종종 파견된다.

 

천사들 가운데 성서에 이름이 나오는 3대 천사는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이다. 이들은 천사의 9계급 가운데 제8계급에 속한다. 대천사 가운데 주로 하느님의 전능을 드러내는 역할을 맡은 이가 ‘하느님의 힘’이라는 뜻을 가진 가브리엘이다.

 

가브리엘은 다니엘이 본 환시와 예언을 설명해 주었고(다니 8,16-26), 즈가리야에게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예고하였다(루카 1,11-21). 무엇보다도 마리아에게 그리스도를 잉태한 사실을 알린(受胎告知) 하느님의 사자가 가브리엘이다(루카 1,26-38). 이처럼 가브리엘 대천사는 하느님과 가장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또한 특별한 사명을 위탁받은 천사이다.

 

가브리엘은 유대의 전설과 외경에, 그리고 이슬람 문학에서도 ‘이브릴’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보통 위풍당당하고, 영화(靈化)되어 있으며 느슨한 가운을 입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1951년 1월 12일 교황 비오 12세는 가브리엘을 텔레커뮤니케이션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호자로 선포하였다. 우편배달, 무선전신, 심부름의 수호성인이며, 축일은 9월 29일이다.

 

[경향잡지, 2004년 10월호]

 

 

[교회상식 교리상식] 110 - 천사 이야기 (1) 천사는 어떤 존재인가요

 

 

교회는 9월 29일을 성 미카엘과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로 지냅니다. 또 10월 2일은 수호천사 기념 축일이기도 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와 「한국가톨릭대사전」을 중심으로 천사에 대해 2회에 걸쳐 알아봅니다.

 

천사는 존재하는가

 

천사는 흔히 하얀 옷에 날개를 단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때로는 꿈 속에서 나타나기도 하지요. 어떤 사람들은 천사란 상상 속 존재이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21세기의 과학 시대에 '천사'가 어디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천사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요?

 

"성서가 보통으로 천사라고 부르는, 육체를 가지지 않은 영적인 것들의 존재는 신앙의 진리이다. 성전 전체의 증언이 일치하듯이, 성서의 증언도 명백하다." 「가톨릭교회교리서」 328항 내용입니다. 말하자면 교회는 천사가 상상 속 존재가 아니라 실재하는 존재임을 신앙의 진리로 선언하는 것입니다. '신앙의 진리'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확인되는 진리는 아니지만 진리임을 믿고 고백하는 것을 말합니다. 천사의 존재가 신앙의 진리라는 교회 가르침은 계시의 두 원천인 성경과 성전의 증언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천사는 어떤 존재인가

 

「가톨릭교회교리서」에 따르면 천사는 순수한 영적 피조물입니다. 사람은 영혼과 육신으로 이뤄진 존재입니다. 육신을 지닌 존재라는 것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며 나아가 죽음을 겪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천사는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이기는 하지만 순수한 영적 존재이기에 죽지 않습니다. 나아가 천사는 지성과 의지를 지닌 인격적 존재입니다. 따라서 우리와 인격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존재입니다. 또 천사는 "눈에 보이는 모든 피조물보다 훨씬 더 완전한 존재"입니다(330항).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천사에 대한 설명은 꽤 흥미롭습니다. 성인은 "'천사'는 본성이 아니라 직무를 가리킨다"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 본성은 무엇인가? 영(靈)이다. 그 직무는 무엇인가? 천사다. 존재로서는 영이고 활동으로는 천사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성인의 이 말을 풀이해서 "천사는 그 존재 전체가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며 전령이다"고 밝힙니다(329항). 이는 천사라는 말이 지닌 의미와도 상통합니다. 하늘의 사신 또는 하늘의 심부름꾼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 천사(天使)는 희랍어 앙겔로스(αγγελοs)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사절(使節) 또는 사자(使者)라는 뜻을 닌 히브리어 말락(malak)을 번역한 것입니다.

 

성경에서 보는 천사의 활동

 

천사는 죄악이 창궐한 소돔을 멸망시킬 때 의로운 사람 롯을 구하고(창세 19장), 외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려고 칼을 빼든 아브라함의 손을 멈추게 하며(창세 22,11), 하느님 백성을 인도하고(탈출 23,20-23), 소명들을 알리고(판관 6,11-24), 예언자들을 돕습니다(1열왕 19,5).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 탄생을 알린 것도 천사 가브리엘이지요.

 

특히 예수님은 탄생 때부터 하늘에 오르실 때까지 천사들의 경배와 봉사를 받으셨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을 때 천사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고 노래합니다(루카 2,14).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실 때 시중을 들었고(마르 1,13), 겟세마니에서 번민에 싸여 기도하실 때 용기를 북돋아 드렸습니다(루카 22,43).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 것도 천사들이었습니다(마르 16,5-7).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그분의 심판을 도와드리게 될 이들도 천사들입니다(마태 13,41; 루카 12,8-9).

 

나아가 교회도 천사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감옥에 갇힌 사도들을 풀어주고(5,19-20; 12,6-11), 제자들의 복음 선포 활동을 도와주며 용기를 북돋워 줍니다(8,26-29; 27,23-25). 또 교회는 장례 때 "천사들이여, 이 교우를 천상 낙원으로 데려가시어…"하면서 천사들의 전구를 청합니다.

 

정리합시다

 

정리하자면 천사는 순수한 영적 피조물이고, 눈에 보이는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더 완전한 존재로서 하느님의 사신, 전령 역할을 하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신, 전령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 계획에 봉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천사들의 일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천사들은 창조 때부터 구원 역사의 흐름을 따라, 줄곧 이 구원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알리고, 이 구원 계획의 실현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다"(332항).

 

[평화신문, 제988호(2008년 10월 5일), 이창훈 기자]

 

 

[교회상식 교리상식] 111 - 천사 이야기(2) 천사도 종류가 있나요

 

 

대천사, 수호천사, 케루핌, 세라핌… 천사들을 나타내는 이름들입니다. 천사 이야기 두 번째로 이번 호에서는 이런 천사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천사들의 품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열이 있다는 착상에서 천사들도 품계가 있다는 학설이 있어 왔습니다. 이른바 '구품천사론'인데, 천사를 세 단계 9등급으로 나눈 것입니다. 가장 높은 단계에는 치품(熾品) 천사인 세라핌과 지품(智品) 천사인 케루빔, 그리고 좌품(座品) 천사가 있습니다. 중간 단계에는 권품(權品) 천사와 능품(能品) 천사, 역품(力品) 천사가 있고, 가장 낮은 단계에는 주품(主品) 천사와 대천사, 천사가 있습니다. 초기 교회 인물인 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지타(Dionysius Areopagita)가 신플라톤 사상과 성경의 천사 이름들을 바탕으로 제창한 학설입니다.

 

이 구품천사론은 신학적 학설이지 반드시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구품 품계에 따른 이 천사 이름들은 오늘날에도 미사 전례문 감사송에서나 '암브로시오의 사은찬미가'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 구품 천사들 가운데서 성경에 언급되는 대표적 천사는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세 대천사입니다. '누가 하느님 같으랴'라는 뜻의 미카엘은 다니엘서(10,13.21; 12,1)와 유다 서간(1,9), 요한 묵시록(12,7)에 나옵니다. '하느님의 사람ㆍ 영웅ㆍ힘'이란 뜻의 가브리엘은 다니엘서(8,16-17; 9,21)와 루카 복음서(1,19.26)에 나오지요.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탄생을 알린 천사입니다. 또 '하느님께서 고쳐 주셨다'는 뜻인 라파엘은 구약성경 토빗기에 나옵니다.

 

한편 창세기(3,24)와 탈출기(25,18-20) 등에 나오는 커룹은 지품 천사 케루빔을, 이사야서(6,2.6)에 나오는 사랍은 치품 천사 세라핌을 가리킵니다.

 

수호천사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사람은 일생 동안, 생명의 시작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천사들의 보호와 전구로 도움을 받는다"면서 대 바실리오 성인의 말을 인용해 "모든 신자 곁에는 그들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보호자이자 목자인 천사가 있다"고 가르칩니다(336항). 수호천사 존재를 언급하는 대목입니다.

 

성경에는 천사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돕거나 보호하는 천사에 대한 언급이 곳곳에 있습니다. 구약에서는 롯을 구하는 이야기(창세 19,10-14)를 비롯해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는 천사에 대한 이야기(탈출 23,20), "주님의 천사가 그분을 경외하는 이들 둘레에 진을 치고 그들을 구출해 낸다"는 시편(34,8) 내용이 그렇습니다.

 

신약성경에서는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는 마태 18장 10절의 말씀이 특히 수호천사와 관련된 전형적 성경 대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성경 말씀과 교부들 가르침을 바탕으로 수호천사 교리가 형성되고 발전했습니다. 특히 16세기 이후에는 수호천사를 공경하는 기념일을 예수회를 중심으로 지내면서 수호천사 신심이 널리 확산됩니다. 그리하여 17세기 초에는 교회 전례력에도 수록되는데, 오늘날 10월 2일에 지내는 수호천사 기념일이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정리합니다

 

수호천사를 비롯한 천사 이야기는 우주를 정복하고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우주 탄생 모습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더욱이 예전에는 천사의 도움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오늘날에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부분도 많습니다.

 

따라서 성경에 나오는 천사 이야기를 글자 그대로 믿는 것은 또 다른 오류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천사 이야기를 무조건 전설과 신화의 이야기로만 치부해 버리는 것 역시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봅니다.

 

교회가 천사의 존재를 신앙의 진리로 가르친다고 해서 성경과 성전을 통해 교회 안에 전해 내려오는 천사에 관한 내용들을 다 믿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구원 계획에 협력하는 영적 존재가 있음을, 우리를 도와 하느님께 인도해주는 하느님 사자가 존재함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천사의 존재를 이렇게 이해할 때 우리는 매사에서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시는 하느님 손길을 감사로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천사를 통해서 말입니다.

 

[평화신문, 제989호(2008년 10월 12일, 이창훈 기자]

 

 

[성미술 이야기] 악마를 무찌르는 미카엘

 

노성두

 

 

(그림 설명)

'대천사 미카엘’, 파치노 디 보나 귀이다가, 1430년경, 43.8x32.2㎝, 브리티시 도서관, 런던.

‘악룡을 무찌르는 미카엘’, 노르망디 대가의 작품으로 추정, 1320년경, 30.7x23㎝,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빛이 어둠을, 선이 악을 이기다”

 

악마와 천사


악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실제로 악마를 본 사람은 없지만 화가들은 털북숭이에다 이마에 뿔이 나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꼬리에 뾰족한 독침을 달거나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갈라진 악마도 있다. 이런 악마의 모습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의 괴물들과 비슷한 데가 많다.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요정들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판과 사티로스, 걸핏하면 싸움을 일삼는 켄타우로스, 달콤한 노래로 뱃꾼들을 유혹하는 시레네,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스핑크스들이 모두 사람과 짐승의 특징을 섞어놓은 중간적 존재들인데, 하나같이 위험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천사는 어떤 존재일까? 천사를 가리키는 그리스어 아겔로스는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천사들도 여러 품계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하느님을 시중하면서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볼 수 있다. 성서에도 천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천사는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베풀까? 「좋은 위로의 말을 해주고」(즈가리야 1, 13 우리말 성서에는 하느님이 천사에게 말한 것처럼 번역되었으나 천사가 즈가리야에게 말한 것으로 읽어야 옳다), 「가는 길마다 지켜」(시편 91, 11) 주는 수호자와 안내자의 역할 말고도, 토비아스를 동행했던 라파엘, 마리아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예고했던 가브리엘, 그리고 심판날 악룡을 무찌르는 미카엘이 대천사의 품계에 올라있다.


악마들도 처음에는 천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하느님께 반란을 획책했다가 멀리 추방당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쫓겨난 거인족들이 땅속 깊숙한 틈새에 갇혀서 영원한 감옥살이를 하지만, 타락천사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어두운 공간에 유배된다. 이들을 땅속에다 가두지 않은 데는 나름대로 까닭이 있었다고 한다. 어둠 속의 타락천사들이 위로는 밝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슬픔의 고통으로 가슴을 치고, 아래로는 땅을 굽어보면서 그곳으로부터 하늘로 올라가는 인간의 영혼들이 부러워 질투심에 몸부림치게 한다는 것이다.


또 타락 천사들은 어둠의 공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모기떼처럼 인간 세상을 돌아다니며 죄악을 퍼뜨리는 역할도 한다. 그러니 세상의 먼지만큼이나 많은 악마의 유혹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성 오리게네스는 우리가 선행을 추구하고 경건한 삶을 사는 만큼 악마의 극성스러운 군대가 감소한다고 보았다.


누가 이길까?


만약에 천사와 악마가 맞붙으면 어느 쪽이 우세할까? 악마 가운데 으뜸 수괴는 단연 루시퍼다. 그러나 대천사 미카엘이 나서면 맥을 못 춘다. 미카엘은 악마 전문 사냥꾼이다. 어떤 악마라도 미카엘이 팔을 걷어 부쳤다 하면 최소한 사망이다. 미카엘의 이름을 풀면 「하느님과 같은 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둠을 내쫓고 빛의 깃발을 휘두르며 심판의 날에 우렁찬 목소리로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천사다운 이름이다. 「황금전설」에 보면 역병을 풀어서 이집트인들을 기겁하게 하고, 홍해 바닷길을 열고,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에 인도한 것도 미카엘이었다고 한다.


하느님이 태초에 세상을 지으실 때 『빛이 생겨라』 하시며 빛과 어둠을 갈랐는데, 이때 어둠이 빛으로부터 떨어져나간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일을 선으로부터 악을 떼어내신 것으로 해석하고 타락천사들의 추방사건과 연결시킨다(신국 XI, 9, 32). 이때도 미카엘이 앞장섰겠지만, 본때 있게 악마를 퇴치한 것은 최후의 심판 날이었다.


『그때 하늘에는 큰 전쟁이 터졌습니다. 천사 미카엘이 자기 부하 천사들을 거느리고 그 용과 싸우게 된 것입니다. 그 용은 자기 부하들을 거느리고 맞서 싸웠지만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늘에는 그들이 발붙일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그 큰 용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세계를 속여서 어지럽히던 늙은 뱀인데, 이제 그놈은 땅으로 떨어졌고 그 부하들도 함께 떨어졌습니다』(요한 묵시록 12, 7~9).


노르망디 수사본에 등장하는 대천사 미카엘은 중세시대 십자군처럼 긴 창과 방패를 들고 있다. 구름자락 위에 발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모습이 꼭 평지처럼 익숙해 보인다. 루시퍼는 뿔 달린 털북숭이 악마 대신에 악룡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미카엘은 악룡을 대적하면서 하나도 힘이 안 드는 모양이다. 긴 창을 익숙하게 놀리는 품새가 마치 머리수건을 질끈 동여맨 청소 아줌마가 대걸레를 가지고 지저분한 얼룩을 박박 문질러 지우는 자세처럼 보인다. 한편, 창날이 아가리에 박힌 악룡은 꼬치에 제대로 꿰인 뱀장어처럼 몸통을 뒤채지만 승산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싸움이 싱겁게 끝날 모양이다.


도덕적 교훈


천상의 기사 미카엘이 악룡을 무찌르는 주제는 빛과 어둠, 선과 악, 구원과 타락에 관한 도덕적 교훈을 시각화하는 도상으로 미술의 역사에서 자주 재현되었다. 나아가서 악룡을 제압하는 소재가 인간에게 내재한 동물적 욕망을 누른다는 의미로 해석되자, 사자나 괴물을 발아래 밟고 승리하는 그리스도의 도상과 인기를 다투기도 한다. 대천사 미카엘과 악룡의 대결 장면이 미술에 처음 등장한 것은 9~10세기부터이다. 그러나 그 싸움이 중세 수사본의 그림처럼 쉽사리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빛과 어둠이 우리의 삶과 함께 동거하는 동안에는.

 

[가톨릭신문, 2003년 10월 12일]

 

 

경찰관의 수호성인 미카엘 대천사

 

 

교회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자 전령인 천사들의 존재를 신앙교리로 선언한다. ‘천사’라는 이름은 본성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천사 미카엘(Michael)은 교회가 전례에서 공경하는 세 대천사 가운데 한 분으로 ‘하느님같이 구는 자는 누구냐?’라는 뜻이다. 어떤 강력한 행위가 취해져야 할 때마다, 그 이름과 행동으로써, 이 일은 하느님말고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할 때 미카엘이 소임을 받는다.

 

미카엘은 구약성경에서는 유다 백성의 모범과 특별한 수호자로, 신약성경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유력한 보호자요, 전투하는 교회의 모범으로 나타난다. 가브리엘을 도와 페르시아 호국 신과 겨루며(다니 10,13-21), 극도로 어려운 때에 이스라엘을 지켜주고, 악마와 다툰다(12,1). 또한 대천사로서 모세의 주검을 놓고 악마와 다투며(유다 1,9), 부하 천사들을 거느리고 사탄인 용과 부하들을 무찌른다(묵시 12,7-9).

 

미카엘은 어둠의 위력을 무너뜨리는 위대한 권능을 가졌으므로 교회에서는 마귀를 물리치려 기도할 때 반드시 그의 도움을 구한다. 미카엘 대천사를 그리거나 조각할 때 발에 밟힌 악마를 창이나 칼로 찌르는 형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다. 또한 젊고 강건하며 갑옷을 입고 맨발에 샌들을 신은 모습으로 묘사하며, 악랄한 용과 싸우는 칼로 표현한다.

 

천상군대의 장수로서 악마를 축출하는 임무를 지녀 경찰의 수호자로, 악마의 세력에서 그리스도인의 영혼을 보호하고 특히 그들의 임종 때 피난처가 되어주어 임종자의 수호자로 공경한다. 축일은 대천사 가브리엘, 라파엘과 함께 9월 29일이다.

 

[경향잡지, 2006년 9월호]

 

독서기도 : http://info.catholic.or.kr/divine_office/default.asp?sunseo=1&gomonth=2017-09-29&stype=re

삼시경 : http://info.catholic.or.kr/divine_office/default.asp?sunseo=1&gomonth=2017-09-29&stype=mi1

육시경 : http://info.catholic.or.kr/divine_office/default.asp?sunseo=1&gomonth=2017-09-29&stype=mi2

구시경 : http://info.catholic.or.kr/divine_office/default.asp?sunseo=1&gomonth=2017-09-29&stype=mi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