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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5월 30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2021.05.30.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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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은 성부, 성자, 성령이신 하느님을 드러내 주십니다.

"주님께서 위로는 하늘에서, 아래로는 땅에서 하느님이시며, 다른 하느님이 없음을 분명히 알고 너희 마음에 새겨 두어라."(신명 4,39)

모세는 이스라엘의 구원 역사에 새겨진 두 사건을 들어 하느님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명확히 제시합니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신 이스라엘과 계약을 맺으시러 직접 시나이산에서 당신을 드러내신 분이시고(신명 4,33 참조), 종살이하는 당신 백성을 이집트에서 손수 이끌고 나오신 해방자"(신명 4,34)시라는 것이지요. 당신 백성에게 행하신 하느님의 이 두 업적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그분과의 관계 안에서 정립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 이방신들을 섬기는 이민족들의 풍요와 쾌락을 접하기 전에 반드시 이 관계성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합니다. 그저 염두에 두고 참고하는 차원을 넘어서 골수까지 새겨넣어야 하는 뿌리의식일 것입니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이 지상에 남아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할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는 대목입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마태 28,20)

성자 예수님은 성부 하느님의 사랑의 현현이십니다. 육화한 하느님이신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에 당신 의지를 합쳐 이 지상에서 오로지 아버지의 말씀을 전하고, 아버지의 일을 행하셨지요. 그리고 이제 세상을 떠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시면서 성령을 보내시어 세상에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준비시키십니다.


예수님은 앞으로 제자들이 만나게 될 모든 민족들이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구원에 이르기를 바라십니다. 제자들은 모든 이에게 이스라엘 역사 안에 개입하심으로써 온 세상 구원의 문을 여신 성부 하느님과,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인류 구원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성자 예수님, 그리고 영원히 남아 진리를 일깨워주실 사랑의 성령을 알려 주고, 삼위 하느님과 관계를 맺도록 도울 것입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들려 줍니다.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로마 8,14)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로마 8,15)
"우리는 ...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인 것입니다."(로마 8,17)

세례로 축성된 이는 자기가 받은 성령께 인도되어 하느님과 맺어집니다. 성령에 힘입지 않고는 아무도 예수님을 주님이라 할 수 없고(1코린 12,3) 참조) 또 성령에 힘입어야만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를 수 있습니다.


성령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 예수님의 형제로 모든 은총의 공동 상속자가 됩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이 지닌 한계와 죄악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이토록 친밀히, 밀접히 엮이기를 꺼리지 않으시지요. 아니, 오히려 우리보다 더 간절히 바라시고 갈망하십니다.

사랑하는 벗님!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느님 안에 숨 쉬고 존재하며 살아갑니다. 그분 안에 깊고 친밀히 머무르기 위해 필요한 건 지식이나 타이틀, 소유가 아니라 사랑이지요. 사랑만이 하느님과 우리를 강하게 결속시켜 줍니다. 우리가 사랑할 때 이미 우리는 삼위이신 하느님 안에 있으며 그분과 하나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죄인이어도, 이 미소하기 짝이 없는 사랑에 목마르신 주님께서 두 팔을 활짝 펼쳐 당신 품을 열어 놓으시니, 그 안으로 달아들어 사랑에 잠기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그렇게 사랑을 닮아 사랑이 되어가는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