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3.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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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구원의 보편성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는 주인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루카 7,2)
한 백인대장이 병들어 죽게 된 노예를 위해 예수님께 도움을 간청합니다. 이방인인 자기가 예수님을 직접 찾아뵙기에 합당치 않다고 여겨 유다인 원로들을 보낸 것입니다.
백인대장은 유다인 입장에서 보면 구원에서 제외된 이방인이지만, 실상 그의 겸손과 믿음, 통찰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거기에 더해, 종에 대한 사랑 역시 놀랍게 다가옵니다. 당시 신분제도와 관습으로 보면 종은 소유물로 취급해도 되는 존재이지만 백인대장은 그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소중히 여기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섭니다.
"당신 자신을 모든 사람의 몸값으로 내어 주신 분이십니다."(1티모 2,6)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해 이렇게 소개합니다. "모든 사람"의 범주에는 자유인과 종, 유다인과 이방인, 남자와 여자, 계급이나 지위나 신분을 막론하고 하느님의 존재를 나누어 받은 모든 사람이 다 포함됩니다. 예수님은 구원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것입니다. 모든 이가 그분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합니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루카 7,9)
예수님께서 "그저 말씀만 하시"라는 백인대장의 믿음을 보고 감탄하며 칭찬하십니다. 백인대장과 같은 이방인도 당연히 하느님의 모상을 나누어받은 그분의 피조물입니다. 게다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백인대장은 이미 예수님을 꼭 닮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십니다."(1티모 2,4)
이것이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바람입니다. 서로를 구분하고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태도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힘이 아님은 명백합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은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네."(복음 환호송)
믿는 사람은 "누구나"라고 하십니다. 오늘 믿음을 칭찬받은 복음 속 백인대장처럼 사실 우리도 역시 믿음으로 구원받은 이방인이지요. 믿음 덕분에 우리는 인간이 규정지은 구원의 기준, 범주, 조건에 솔직히 그리 부합하지 않는 처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벗님! 소박하고 단순하나마 우리가 지닌 믿음을 주님께 보여 드리는 오늘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온갖 조건이 그리 합당하거나 찬란하지 못해도 주님은 우리의 믿음을 귀하게 반기시지요. 각자 소중히 여기는 바를 믿음과 겸손한 기도로 지켜내며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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