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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23주간 토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9월 11일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2021.09.11.mp3

1.55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가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지 알려 주십니다.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 ...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루카 6,47-48)
나아오고, 듣고, 행하는 세 행위가 주님을 향하고 주님과 연관될 때 존재의 참 모습, 참 의미를 찾게 됩니다. 이는 세상에 널린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 그 때깔 좋고 현란한 허상들을 헤치고 저 깊이에 숨어 계시는 주님을 찾아 다가오는 이에게만 열리는 선물입니다.


주님께 나아오고, 그분의 말을 듣고, 들은 바를 행하는 이는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고 하십니다. 그의 방향성과 경청과 실행이 그를 나날이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 뿌리를 지탱하는 반석 또한 그가 흔들리지 않게 꽉 붙들어 주지요. 이 반석이 곧 주님이십니다.

그 반석에 뿌리를 둔 영혼은 삶의 어떤 파도가 들이닥쳐도 휩쓸리지 않고 버티어 냅니다. 또 그렇게 존재의 뿌리를 주님께 드리운 이는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의 양분을 빨아들인 만큼 세상에 좋은 열매를 내놓을 수 있지요. 좋은 나무에서는 좋은 열매가 맺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나는 좋은 나무인가 나쁜 나무인가' 성찰하다 묵상이 자칫 반성과 체념의 기도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지요. 이때는 제1독서 안에 드러난 사도 바오로의 고백이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1티모 1,15-16)
여전히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휘청대는 수준일지라도, 사도는 그래도 괜찮다고 용기를 줍니다. 첫째가는 죄인이어도, 자신이 바로 그 때문에 구원되었음을 겸손히 믿고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먼저 나를 당신의 한없는 인내로 대해 주시어"(1티모 1,16)
반석이신 주님께서 마치 반석과 같은 강도의 인내로 우리를 든든히, 묵묵히, 변함없이 지탱해 주십니다. 결코 흔들리지 않으시는 그분께서 그렇게 기다려 주시니  아직 부족하고 모자라도 섣불리 자책하거나 조급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께 기초를 둔 이는 이미 주님과 한 몸이니, 세상의 어떤 풍파와 악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설 수 있습니다. 쉽고 빠르고 효과 있어 보이는 세상의 돈과 권력과 쾌락의 모래톱에 발 들이지 않고, 단단한 반석이신 주님께 나아와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열매로 세상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거룩한 죄인인 여러분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