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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1월 2일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예수님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데, 어디 계시는 걸까요? 우리 가운데 계시는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어떻게 그분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은 이렇게 말하네요.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요한 1,26) 

그렇다면 먼저 우리는 예수님을 딴 데서, 헛군데서 찾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데, 멀리서 찾아 헤매지 말아야겠지요. 그리고 우리 가운데, 우리가 만나게 되는 사람 가운데서 우리가 잘 모르는 사람, 처음 보는 듯한 사람을 눈여겨 보라네요. 

성당에서도 매일 보고 아는 사람 말고, 새로운 얼굴, 낯선 얼굴을 눈여겨 보십시오. 그분이 예수님을 보여줄지 모른답니다. 올해 어디서든 마주치는 사람들을 좀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 낯선 사람을 이방인 취급하고 이상한 사람, 범죄자 보듯 바라보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분이 바로 우리와 함께 살려고 오신 예수님일 수도 있다면, 그를 부정적인 시각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대하고 대접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 가운데 그런 사람을 눈여겨보고 다가가 봅시다. 그분이 예수님일 가능성이 내가 잘 아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테니까요. 모쪼록 우리 가운데 찾아오신 예수님을 알아차리는 오늘 되시길 축원합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요한 사도는 우리에게 거듭해서 부탁하네요.

"이제 자녀 여러분,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1요한 2,28)

요한은 이 머무르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24.27.28절). 왜 그렇게 해야 할까요? 그분 안에 머물면서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깊이 체득해야만, 그분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셔도 그분을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그러면 그분을 만나도 긴가민가 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올해 우리가 해야할 것은 다른 거창한 일이 아니라, 오로지 그분 안에 깊이 머무는 것입니다. 모든 미래에 대한 근심걱정은 멀리하고, 그냥 그분의 약속을 믿고 그분 안에 머물기만 합시다. 그래야 그분께서 우리에게 나타나실 때 그분을 알아볼 수 있답니다. 그래야 그분을 못 알아보는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답니다.(28절 참조)

복음은 세례자 요한을 통하여 우리 더러 올해는 더욱 겸손하게 주님을 드러내는 종이 되라고 하네요. 요한은 "당신이 메시아냐?"는 사람들의 질문 앞에 아니라고,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리지도 못할 하찮은 존재"(요한 1,27)라고 하며, "예언자냐?"는 질문 앞에 아니라고, 그냥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요한 1,23)일 뿐이라고 하며 자신을 낮춥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실제 위치보다도 더 보잘것 없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남들에게 실제의 나보다 더 높은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남들이 나를 조금이라도 낮게 평가하면 쉽게 나를 무시한다고 불쾌해하지요.

요한은 이렇게 겸손하게 자신을 낮춤으로써 주님을 더 높여드리게 됩니다. 주님을 영광스럽게 해드림으로써, 그도 '사람들 중에 가장 큰 사람'(마태 11,11)이라는 영예를 얻게 됩니다.

올 한 해 우리도 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춥시다. 그렇게 하여 주님을 더 높여드리고 주님께 영광을 돌려드림으로써, 사람들에게는 비록 작은 자 취급을 받더라도 주님께는 큰 사람 대접을 받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주님 안에 머무르면서 더 작은 자가 되려는 내적 투쟁을 시작하는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이 영적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분 안에 머무는 길밖에 없음을 꼭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는 영적인 도반(道伴)으로서, 이 영적투쟁에서 승리하여 자신도 성인이 되었고, 주위의 많은 이웃들을 성덕에로 이끌었습니다. 이 성인들의 전구로 우리도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창세 22,17) 많은 영혼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한 해가 되도록 힘껏 노력합시다.

"성 바실리오와 성 그레고리오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어 이 영적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