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목요일 (백)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제1독서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릅니다.>
▥ 요한 1서의 말씀입니다. 2,3-11
사랑하는 여러분, 3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4 “나는 그분을 안다.” 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습니다.
5 그러나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6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7 사랑하는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이 아니라,
여러분이 처음부터 지녀 온 옛 계명입니다.
이 옛 계명은 여러분이 들은 그 말씀입니다.
8 그러면서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도 또 여러분에게도 참된 사실입니다.
어둠이 지나가고 이미 참빛이 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9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10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11 그러나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그리스도는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십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22-35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34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35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구약과 신약의 영속성을 보여주십니다.
"모세의 율법에 따라"(루카 2,22)
"주님의 율법에 ...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루카 2,23)
"주님의 율법에서 ... 명령한 대로"(루카 2,24)
아기 예수님의 부모가 아기를 데리고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율법에 기록된 것을 이행하기 위함이지요. 율법은 충실한 이스라엘 사람에게는 삶의 근간이고 정체성이며 이정표입니다.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에 들어갔다."(루카 2,27)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시메온은 성령의 사람입니다. 율법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문자에 매이지 않고 영에 활짝 열린 그가 비로소 구원자 아기를 만나고, 알아보는 영광을 얻습니다.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32)
메시아를 기다리며 어둠을 견뎌온 이스라엘에 놀라운 보상이 주어집니다. 빛이신 분이 길었던 어둠을 가르며 세상에 들어오신 것이지요. 그렇다고 구약 시대까지를 어둠이라, 신약 시대부터 빛이라 칼로 베듯 단절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 빛은 성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부터 미리 준비하신 구원의 절정입니다.
제1독서에서는 옛 계명과 새 계명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1요한 2,3)
모세를 통해 주어진 율법을 지키는 것과 예수님을 아는 것은 별개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율법이 바로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준비시키고 있으니까요. 예수님을 알고 사랑하는 이는 율법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친히 보여 주신 율법의 완성을 살되, 문자 자체에 매여 있지 않을 뿐입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됩니다."(1요한 2,5)
하느님의 사랑은 예수님의 말씀을 지킴으로써 완성됩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무르익어오던 율법이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을 통해 정점에 이른 것이지요.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사랑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심정이 생생히 드러난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이 아니라, 여러분이 처음부터 지녀 온 옛 계명입니다. ... 그러면서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입니다."(1요한 2,7-8)
요한 서간의 저자는 옛 계명과 새 계명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동시에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사랑은 이미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품으신 그 사랑이기에 연속성 안에 있으면서, 율법을 전해 준 모세와 달리 예수님은 당신께서 가르치신 계명대로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으니 새로운 사랑이란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1요한 2,9)
구원자께서 빛으로 오셨지만 세상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고 심지어 그분과 제자들에게 살의까지 품습니다. 자신들이 수호해 온 율법과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새 계명을 대립각에 놓고 배척함으로써 눈을 감아버린 것이지요. 이스라엘 역사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흘러오던 율법의 강물이 비로소 출구를 만나 온 세상을 향해 힘차게 뿜어나오는 완성의 때를 외면한 채 그들은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두어 버린 것입니다.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5)
복음 속 시메온의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 앞에서 하느님 백성은 옥석이 가려졌지요. 사랑을 사랑으로 보는 이와 위험으로 간주하는 이로 말입니다. 사랑은 이처럼 우리의 신앙과 사랑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지금 이 세상에도 사랑을 두고 율법주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재단하는 눈들이 없지 않습니다. 사랑할 마음은 없으면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불편해, "젊은 사람이 왜? 멀쩡해 보이는데 왜? 나라에서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자신의 사랑없음을 율법으로 합리화하고, 행정에 떠넘깁니다. 사랑없음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흘러가는 사랑을 방해하고 차단해서 결국 사랑의 맥을 끊으려는 어둠의 힘이지요. 효율적이고 영리해 보이나 하느님의 온도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이 하느님께서 명하신 그 사랑의 완성임을 받아들이는 이는 자신이 받은 그 사랑이 또 다른 완성으로 이어지길 원합니다, 그래서 사랑에 길을 터주지요.그는 언제라도 사랑의 기회가 주어지면 놓치지 않으려 영혼을 활짝 열고 이웃과 세상을 살핍니다. 마치 감독의 Q 사인을 기다리며 Stand by 상태에서 대기하는 연기자처럼,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처럼 말입니다.
사랑은 하나입니다. 사랑의 계명이 하나인 것처럼 그렇습니다. 하느님이 사랑이시기 때문이지요.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사랑의 법이 예수님을 통해,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를 통해 완성되기를 축원합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되 문자에 매이지 않고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자유로이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성탄은 하느님 사랑의 축제입니다. 아멘.
'오상선(바오로) 신부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3.01.03 |
---|---|
~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3.01.02 |
~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2.12.28 |
~ 대림 3주간 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2.12.13 |
~ 대림 3주간 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0) | 2022.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