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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주님 공현 대축일 - 빛 / 오상선 신부님 ~

 

 

제1독서: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60,1-6
예루살렘아, 1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2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3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 4 네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아라. 그들이 모두 모여 네게로 온다. 너의 아들들이 먼 곳에서 오고, 너의 딸들이 팔에 안겨 온다.
5 그때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바다의 보화가 너에게로 흘러들고, 민족들의 재물이 너에게로 들어온다. 6 낙타 무리가 너를 덮고, 미디안과 에파의 수낙타들이 너를 덮으리라.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


제2독서:지금은 그리스도의 신비가 계시되었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약속의 공동 상속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3,2.3ㄴ.5-6
형제 여러분, 2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나에게 주신 은총의 직무를 여러분은 들었을 줄 압니다. 3 나는 계시를 통하여 그 신비를 알게 되었습니다. 5 그 신비가 과거의 모든 세대에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령을 통하여 그분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자들에게 계시되었습니다. 6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복음: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12
1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2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4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5 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6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7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 8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9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10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11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12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마태 2,2)

우리는 유명 배우들을 스타(별)라고 부릅니다. 장군들도 별을 달고 있어 스타라고들 하지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배우는 누군가요? 요즘은 '아이돌 스타'라고 하여 이름 그대로 '우상'화시키고 열광합니다.

네. 우리 모두는 별 하나는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별을 쫒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별 볼 일 없는 별을 쫒으면 그게 섬겨서는 안 될 '우상숭배'가 됩니다.

우리가 쫒아야 할 별은 하느님을 섬기도록 이끄는 별이어야 합니다. 저는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저의 별로 삼고자 프란치스칸이 되었고, 지금은 그분의 현현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제가 쫒아야 할 별로 여깁니다.

이 별빛을 쫒아가면 동방박사들이 그랬듯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다른 작다란 별들에 연연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참 묘하게도 별은 온 세상에서 뜨는데,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별을 처음보고 그 별을 쫒아 수천리 길을 달려온 사람들이 이방인인 동방 민족의 사람들이라니 신기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유대 지방에 살던 사람들은 더 환하게 잘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요즈음도 늘 별이 뜨지만 별을 못보고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 일껄요. 시골에서 하늘을 우러러 사는 사람들이나 볼 수 있는 것이 별입니다. 하늘 쳐다보며 하느님을 생각하고 하늘나라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그 별을 봅니다. 그러나 세상사에 몰입되어 땅만 바라보고 사람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이 보일 리가 없겠지요.

이를 알기라도 한 듯, 사도 바오로는 오늘 에페소인들에게 이방 민족들도 예수님 안에서 공동상속자요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될 거라고 확신하네요.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6) 선택된 민족이 알아보지 못한 빛을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그리고 그들의 후예인 우리가 누리고 있으니 우리도 그들처럼 더없이 기뻐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메시아가 태어나셨다는 것과 유대 베틀레헴에서 그것도 아주 초라하게 나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이, 태어났음은 별을 보고 알았는데 어디서 태어나셨는지를 몰랐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헤로데와 유대인들은 그분이 태어나셨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어디서 태어날지는 이미 예언되어 있었기에 알고 있었고, 그래서 동방 박사들에게 알려줍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성을 확증하기 위하여 족보와 탄생 경위에 이어, 곧바로 강생구속 사건의 사실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태오는 동방 박사들을 등장시키면서 이렇게 시작된 구원 역사가 단지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애시당초 전하고자 이 복음서를 쓰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방인인 그들의 지식과 지혜가 편협한 민족주의와 선민사상에 묶여있던 이스라엘을 능가해, 온 인류, 온 민족의 구원이라는 보편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동방 박사들이 익숙했던 삶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별을 좇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앎을 믿음으로, 믿음을 행동으로 연장시키는 분별력과 결단,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도적인 자세로 진리를 찾는 이들에게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하는 그 '빛'(이사 60,1.3)이 비춘다는 것입니다.

"너의 빛" 즉 예루살렘의 빛은 예루살렘만의 빛이 아닙니다. 설령 이스라엘이 제게 비추는 빛을 자기네 것이라고, 나아가 자기네가 마치 빛인 양 생각하더라도, 말 그대로 착각일 뿐, "빛"은 곧 하느님 한 분 뿐이십니다. 빛의 특성은 보편성이기 때문에 인종과 성별과 신분이 다르다고, 죄인이라고 선택적으로 비추거나 거두지 않습니다.

이제 이 빛이 나에게도 비칩니다. 벗님에게도 비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이사 60,1)

오늘도 해가 떠오릅니다. 그 해가 찬란히 온누리를 비춥니다. 이 빛은 바로 나를 위한 빛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빛을 나를 위해서 비추어 주십니다. 나 보고 힘차게 일어나라고 하십니다. 주님의 영광이 내 위에 떠오릅니다. 그러니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나를 괴롭힐 수 있겠습니까?

오늘 온 가슴을 열고 나를 비추고자 하는 햇빛을 두 팔 벌려 마음껏 받아 마십시다. 마치 로봇이 에너지를 받아 강력한 힘을 내듯이, 오늘 그렇게 힘차게 살아봅시다. 내가 주님께 드려야할 예물은 황금도 유향도 몰약도 아닐 겁니다. 빛에서 빛을 받아 빛을 비추는 작다란 빛이 되는 것이 내가 드릴 가장 귀한 봉헌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