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제1독서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인 원로>
▥ 베드로 1서의 말씀입니다. 5,1-4
사랑하는 여러분,
1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원로들에게 같은 원로로서,
또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이며
앞으로 나타날 영광에 동참할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2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3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4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복음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13-19
13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4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15 예수님께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16 시몬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17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18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19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부활하신 예수님으로부터 세 번의 배반을 보상이라도 하듯, 세 번에 걸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5-17)는 질문을 받았었지요. 베드로의 사랑을 확인한 다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이렇게 당부하며 으뜸사도로서의 소명을 부여하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7)
베드로는 이 말씀을 늘 마음에 새기며 마치 예수님의 유언처럼 여겼음에 틀림 없습니다. 이제 베드로는 목자로서 다른 목자들에게도 똑같이 당부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1베드 5,2-4)
베드로의 이 권고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신 목자로서의 소명을 나누어받은 모든 성직자들에게 주신 공동소명이고 유언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 모든 사제들, 특히 일선 본당에서 사목하는 사목자들이 이 말씀을 되새기며 자신의 소명을 재확인하여 참목자가 되도록 함께 기도해야겠습니다. 많은 양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목자들이 열성과 모범으로 주님께서 맡겨주신 양들을 돌보는 소명에 충실함으로써 '영광의 화관을 받는'(1베드 5,4) 이들이 되길 기도합니다. 이 소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엄청난 벌을 받는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고 목자이신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모범을 따르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저께 마르코 버전으로 선포되었던 복음이 오늘은 마태오 버전으로 살짝 바뀌어 또 선포되네요. 마태오는 먼저 베드로의 신앙고백 부분을 좀더 보완하여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로 고쳐 단순히 그리스도만이 아니라 바로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임을 유대인들에게 확실히 해두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 16,15) 우리는 어제에 이어 또 다시 이 질문과 마주합니다. 예수님께서 제게 물으십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성 프란치스코는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전부이십니다."고 늘 고백했습니다. 저 또한 이렇게 응답합니다.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전부이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저의 형님이시고 스승이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이 누구신지 각자의 영혼에 맞게 개별적으로 친히 알려 주신 이는 행복합니다. 그 앎이란 곧 자신 안에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깨달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벗님의 언어로 벗님의 믿음을 고백해 보십시오.
더 중요한 것은 마르코는 베드로의 고백에 이어 예수님께서 어떠한 확인이나 축복도 주시지 않고 수난예고 직후 베드로를 사탄이라고 나무라시는 장면이 부각되는데, 루카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인정과 축복, 수위권 약속을 삽입시킵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7-19)
인간의 이 보잘것없는 신앙고백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어마무시한 축복을 주시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고백문인 '사도신경'을 별것 아닌 양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주일과 대축일에 의레 바치도록 정해놓은 기도문이구나 할 정도일 수 있습니다.
오늘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가져다 준 엄청난 축복을 생각하면 우리가 신앙고백을 할 때마다 얼마나 굳은 믿음과 확신을 갖고 고백해야할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오늘 온마음을 기울여 정성을 다해 함께 사도신경을 베드로처럼 힘차게 바쳐봅시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며, 그리로부터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주님께서 우리의 이 고백으로 우리의 신앙을 굳건하고 튼튼한 바위처럼 만들어 주실 것이고, 우리를 그 어떤 악에서도 지켜 주실 것입니다. 또한 우리에게도 베드로에게 주셨듯이 하늘나라의 열쇠를 똑같이 주실 겁니다. 우리도 열고 들어가고 우리가 합당하다고 여기는 모든 사람도 그 문을 통해 하늘나라로 들어가게 해 주실 겁니다. 꼭 그리 되실 겁니다. 아멘.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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