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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제1독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3,9-15.20
사람이 나무 열매를 먹은 뒤, 주 하느님께서 그를 9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10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11 그분께서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12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13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고
물으시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14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15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20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25-34
그때에 25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26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27 이어서 그 제자에게“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
28 그 뒤에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목마르다.”하고 말씀하셨다.
29 거기에는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우슬초 가지에 꽂아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대었다.
30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드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
31 그날은 준비일이었고 이튿날 안식일은 큰 축일이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게 하려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시신을 치우게 하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32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33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34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의 은총 속에서 부활 시기를 마무리한 우리에게 또 다른 귀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이십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어머니 마리아를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그를 통해 우리에게) 어머니로 내어주십니다. 삼십여 년 전 천사에게서 주님의 어머니가 되시리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는 다르게 마리아는 지금 아무 질문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늘 그러셨듯 모든걸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시지요(루카 2,19 참조).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

스승의 어머니와 스승의 제자가 한 가족이 됩니다. 이 새로운 가족의 구성은, 자식 잃고 홀로 된 노쇠한 과부와 스승께 신의를 다하려는 제자의 보은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하느님이 우리 모두의 아버지시고, 예수님이 우리 모두의 친구요 형제이시듯, 마리아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십니다.

"자기 집에 모셨다."

교회는 마리아를 어머니로 공경하고 사랑합니다. 하느님 구원 사업에 오롯이 순종한 용기 있는 여인을, 한생을 성자 예수님 곁에서 침묵과 기도로 인내하고 동반한 강인한 여인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믿는 이들의 모임인 교회는 공동체 안에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고, 우리 각자도 내면에 그분을 어머니로 모십니다.

어머니 앞에서는 체면도 자존심도 무장해제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드리는 전구의 요청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존적이고 염치불구한 내용이 되기도 하지요. 어머니에게는 그래도 될 것 같으니까요. 살아가면서 내 바람이 옳은지 그른지 교리적으로 검열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졸라도 되는 존재가 있다면, 내 바닥까지 다 알면서도 완전 내 편인 존재가 있다면 행복합니다. 감당키 어려운 어둠이 닥쳐도 결국 영육의 건강을 회복하고 오뚜기처럼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니까요. 어머니의 존재는 그런 힘입니다.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 수난과 죽음의 희생제사를 완성하시지요. 이와 더불어 세상에 당신 어머니를 수여하심으로써, 세상은 영원한 모성을 얻고, 마리아는 교회 안에 현존하실 거처를 마련하십니다. 죽음의 골짜기를 건너며 귀양살이에 지친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해 예수님께서 마련하신 사려 깊은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제1독서에서는 하느님과 인류 사이에 난처하고 송구스런 대화가 오가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가 되었든 피조물들이 제 주인을 넘보았고 거역했으니까요.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창세 3,20).

첫 아담의 죄가 새 아담이신 예수님의 은총으로 씻겨졌듯, 첫 어머니인 하와의 욕망이 새 하와이신 마리아의 순종으로 정화됩니다. 새로운 하와 마리아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인 동시에 천상과 지상에 머무르는 모든 영혼의 어머니이십니다.

"마리아와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네"(입당송).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머니와 함께 바치는 기도가 절실한 때입니다. 성찰도 전망도 중요하지만, 당장 굶주리고 병들고 죽어가는 가련한 자녀들의 몸을 부둥켜 안고 울어 줄 어머니가 그리운 순간이 닥쳐왔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그러니 우리,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기도합시다. 이 고난과 분열의 시기를 무사히 지나가게 해달라고, 함께 손잡고 걸어 달라고, 아픈 데를 어루만져 달라고, 꼭 안아 달라고 매달립시다. 지금 세상 곳곳에서 아파하는 모든 이에게 엄마가 되어 달라고, 비록 죄인이지만 우리를 위해 아버지께 빌어달라고 청합시다. 이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지치지 말고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기도합시다.

교회의 어머니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죄인들의 피신처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